가해자는 촉법…"성폭행 당한 초4 딸, 자꾸 장롱에 숨어" 아빠 절규

중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중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폭행당한 초4 딸아이의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의 딸 A양(11)은 지난해 10월 세종의 한 놀이터에서 가해자 B군(14)을 처음 만나 이후에도 종종 같이 놀았다. 지난 4월까지 B군은 가끔 A양을 집 혹은 학원까지 바래다줬다고.

문제는 5월부터 시작됐다. A양이 학원에 가는 특정 요일마다 B군은 A양의 아파트 공동현관문과 인근 숲길에 기다렸고, A양이 오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뒤 20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주요 부위를 포함한 몸 여기저기를 만졌다고 한다.

5월 내내 계속된 범행은 6월이 되면서 사그라드는 듯했지만, 지난달 18일 하원 하던 A양과 B군이 마주치면서 악몽은 다시 되풀이됐다. 당시 A양이 6층을 눌러 도망가려 했지만, B군이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때 A양이 저항하는 소리를 들은 입주민이 이들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자 B군은 빠르게 도망갔고 울고 있는 A양만 엘리베이터 안에 남아있었다. 그 후로 글쓴이는 입주민을 통해 A양의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

A양의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도 상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촉법소년인 B군이 받을 수 있는 처벌은 소년 보호시설에 가는 것 정도였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형사입건·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라 퇴학이 아닌 전학만이 최대 처벌에 해당하고,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민사소송도 안 된다. 부모상대로도 민사 소송은 힘들 거란 이야길 들었다"며 "합의하더라도 촉법소년이라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3000만원 정도다. 촉법소년 상대로 변호사 선임도 도움이 되긴 힘들 거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뉴스1에 따르면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긴급동행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B군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감호하고 있다./사진=뉴스1

뉴스1에 따르면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긴급동행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B군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감호하고 있다.

또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0일 해당 사건을 접수 후 가해 학생에 대해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요청한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학폭위를 열어 B군에 대한 처분을 내리겠지만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라 퇴학은 할 수 없다"며 "강제 전학이 최대 처분"이라고 전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A양의 해바라기센터 진술 내용을 보면 A양은 최근 범행이 일어났던 특정 시간 동안 트라우마 때문에 장롱에 숨는다고 한다.

글쓴이는 "성폭행당하며 왜 엄마나 아빠한테 말 안 했냐고 하니 본인이 잘못한 것 같아 혼날까 봐 무서워서 말을 못 했다고 하더라"라며 "(정작) 가해자는 보호시설에서 보호 받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딸은 가장 안전한 집도 이젠 혼자 못 온다. 가해자가 기다렸던 숲길만 지나가면 벌벌 떤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2년 뒤면 가해자는 복귀할 거고 정말 너무 괴롭다. 가해자가 사는 곳과 우리 집이 성인 발걸음으로 3분 거리다"라며 "가해자가 이사 가길 원했는데 법에선 그건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졸지에 우리가 이사를 해야 할 판이다"라고 호소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