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선임’에 입 연 박지성...”‘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슬퍼“
[포포투=이종관]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해 ‘레전드’ 박지성도 입을 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고 8일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직접 나서 관련 내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에 나선 이임생 이사는 “협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새로운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다. 먼저 결정을 해준 울산 구단에게 감사드리고,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며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음을 밝혔다.
당연스럽게도 여론을 들끓었다. 지난 5개월간 100명 이상의 외국인 감독 후보를 검토했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여기에 이임생 총괄이사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음이 밝혀지며 축구 팬들의 분노는 더욱 하늘을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전력강화위 일원이었던 박주호 해설위원의 내부 폭로까지 이어지며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불합리함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주호 위원은 자신의 채널을 통해 “수십 명의 외국인 감독 리스트를 협회에 추천했음에도 묵살됐고 국내 지도자를 내정해놓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라며 당시 내부 상황을 밝혔다. 이에 2002년 월드컵의 ‘레전드’ 이천수 역시 협회의 무능력함을 꼬집으며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또 다른 ‘레전드’ 박지성도 입을 모았다. ‘홍명보 감독 선임’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박지성은 “슬펐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계에 몸담고 있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아쉬움도 너무나 컸다. 축구인으로서 슬픈 상황이고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선배로서 후배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선배들이 좋은 영향력을 보여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기에 그것을 뒷받침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아쉽다”라며 후배들을 향해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박지성 일문일답 전문]
-현 상황에 대한 심경?
슬펐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계에 몸담고 있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아쉬움도 너무나 컸다. 축구인으로서 슬픈 상황이고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무엇 하나 답이 없다는 것이다. 2002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는 상당히 많이 변했고 앞으로도 많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것이 참담했다. 나 역시도 이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 상황을 맞이하는 축구인 모두가 가슴 아플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야 한다. 협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하고 싶어야 하는 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그 일을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가장 큰 문제점?
내부자가 아니기에 자세한 내막은 자세히 모른다. 진실은 그들(내부자)만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어쨌든 간에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있지만 내부자가 아니기에 알 수 없는 문제다. 문제는 지금 맞닥뜨린 이 상황을 아무런 해결책 없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에 대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멈춰서 한국 축구가 끝나는 것을 기다릴 수는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대안?
결과적으론 진실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아야지만 해결책을 알 수 있다. 이미 협회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고 그 신뢰를 회복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그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당장 사실을 말하더라도 받아들일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실에 입각해 일을 진행하고 그 과정 속에서의 투명함을 사람들이 지켜봐야 한다. 그러한 믿음이 중요하다
-박주호의 내부 폭로?
‘회의 기간 내내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은 부분에서 오는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한다. 좋은 후보들을 추천하더라도 올바른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홍명보호?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 감독 선임 이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축구계에 없었던 일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이번 계기를 통해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협회의 규정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정말 위기다.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홍명보 감독과 연락?
없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고 해결책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제시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표팀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 유소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악의 상황만큼은 면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심정?
직접 들은 이야기는 없다. 중대한 상황이기에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얼마나 당황하고 있을지는 예상이 간다. 국내파 감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안 좋은 여론이나 평가가 나왔기 때문에 선수들도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선수들이 나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그 결정 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문제의 매듭을 짓지 않고 나아가서는 안 된다. 앞으로 협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다. 그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 상황에서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제대로 된 행정 절차를 밟아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그래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팬들에게 심어준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큰 충격이다. 결과적으로 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하나부터 쌓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협회장 사퇴?
어려운 부분이다. 외부의 압력으로 협회장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사퇴 시 대안이 있느냐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장기적으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 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홍명보호가 가져올 결과?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발하는 감독은 처음이다. 어떤 결과를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로 스포츠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과정이 워낙 컸기 때문에 결과가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분위기에서 쉽사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나도 걱정된다
-외국인 감독 선임 실패 이유?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다. 나로서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원한 적이 있었나 싶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과다
-축구 선배로서의 책임감?
그렇다.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한국 축구에 가지고 있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축구를 배제하는 것과 같다. 내가 말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을 전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가장 큰 것은 미안함이다. 선배로서 후배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선배들이 좋은 영향력을 보여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기에 그것을 뒷받침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아쉽다
이종관 기자 ilkwanone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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