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애인 탈시설 위험 주장 뒷받침한 ‘권익위 통계’는 틀렸다”
“허위사실 바로잡으려 현황 공개
국가기관이 데이터 파악 못한 채
탈시설 반대 견해 옹호하다니···”
권익위 “서울시에 원데이터 못 받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주최한 공개토론회에서 ‘탈시설은 발달장애인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쓰인 서울특별시의 ‘장애인 거주시설(향유의집) 퇴소 현황자료’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설 퇴소 후 사망자·가정복귀자 등 숫자가 이 시설을 운영한 사회복지재단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다르다는 것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권익위에 ‘원데이터’를 요청했지만 권익위는 “서울시로부터 원데이터를 제출받지 못했다”고 회신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권익위가 충분한 자료 검토 없이 ‘탈시설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주장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권익위·한국카리타스·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공동 주최한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돌봄지원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에서 권익위 전문위원 A씨는 “2023년 서울시 퇴소 장애인 자립실태 실태조사 결과”라며 2021년 4월 문을 닫은 향유의집의 퇴소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퇴소 인원 55명 중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른 시설로 옮겼으며 7명이 가정으로 복귀했다는 내용이었다. 자립한 38명 중 의사소통이 곤란하거나 매우 곤란한 사람은 29명으로 제시됐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쓰인 이 통계는 토론회에 앞서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향유의집을 운영했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은 ‘보도 및 권익위 토론회 사실관계 참고자료’를 내고 “자립, 타시설전원, 가족인계, 사망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정확한 현황을 공개한다”고 반박했다.
프리웰은 2019년1월부터 2021년 문을 닫을 때까지 향유의집에 입소한 장애인은 총 54명(신규입소자 2명 포함)이었고, 지난달까지의 현황을 보면 사망자는 7명(입소 중 사망 3명, 퇴소 이후 사망 4명)이었다고 밝혔다. 퇴소 후 사망자 4명의 사인은 뇌출혈(50대)·바이러스감염(60대)·암(80대)·급성심정지(70대)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프리웰은 가정 복귀자는 서울시가 집계한 7명이 아니라 1명이었고, 프리웰 산하 다른 시설로 전원한 사람은 서울시가 집계한 4명이 아니라 8명이라고 했다.
김정하 프리웰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통계는 사회복지 전산망에 따른 것으로 틀릴 수가 없다”며 “국가기관에서 기초 데이터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탈시설에 반대하는 견해를 옹호하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라면 기함을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 등이 자립한 장애인 가운데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이 많아 자의로 퇴소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문제제기를 한 데 대해선 “자립하지 않고 남고 싶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시설은 폐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시설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한 분들은 저희 법인 내 같은 유형의 시설에 입소하셨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엇갈리는 사실 관계에 대한 권익위 차원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서 의원은 “권익위는 서울시로부터 해당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면 자료를 취득한 경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부정확한 주장이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론회에 참석한 변경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는 A씨의 발제문이 발표된 뒤 “권익위가 중심을 잡아주니 발언문에 ‘탈시설조례 폐지 결정’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라고 쓸 수 있었다”며 “권익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향유의집에서 여섯 분이 돌아가시고 중증 장애인이 의사소통도 안되는데 자필로 탈시설에 동의한 것처럼 자료가 조작돼 있다”며 “유기치사죄, 살인죄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 범죄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권익위 토론집 데이터는 해당 기관에서 또 다른 공적 기관에 제출한 정확한 자료”라며 “다만 자료생산기관에서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어 출처를 알려줄 수 없을 뿐”이라고 답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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