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3인방 “첫 올림픽 메달 딸게요”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이 12일 전북 군산클라이밍센터에서 공개 훈련 및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는 모두 3명이다. 이도현(22·서울시청·블랙야크)과 서채현(21·서울시청·노스페이스)은 각각 남녀 콤바인에, 신은철(25·더쉴·노스페이스)은 남자 스피드 종목에 출전한다. 지난달 끝난 올림픽 예선 시리즈에서 출전권을 확보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3년 전 도쿄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서채현이 결선에 나섰으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15m 벽을 최대한 높이 오르는 리드(Lead)와 다양한 루트 과제를 수행하는 볼더링(Bouldering),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Speed)로 나뉜다. 도쿄 올림픽 때는 리드와 볼더링, 스피드를 ‘콤바인’으로 묶었는데, 파리 올림픽에선 리드와 볼더링만 ‘콤바인’에 포함되고 스피드는 따로 분리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이도현과 서채현이 각각 남녀 콤바인(리드+볼더링) 은메달을 따냈다. 스피드 종목으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신은철은 아직 국제 대회 입상 경력은 없지만 올해 들어 기록이 크게 단축됐다.
파리 올림픽 대표팀을 이끄는 서종국(51) 감독은 서채현의 아버지다. 이도현은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인데, 그의 아버지는 지난 도쿄 올림픽 당시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창현 전 감독이다. 서종국 감독은 “메달 획득이 이번 올림픽 목표이자 각오”라며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다함께 정말 치열하게 준비해왔다”고 했다.
서채현은 “긴장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도 막상 지난 올림픽에 나가보니 부담감이 있고 떨렸다”며 “그때 경험이 이번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근력 운동에 힘을 많이 쏟았고, 최근 볼더링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리드 경기 때도 긴장을 덜 하게 됐다”며 “스피드를 더하기 위해 순발력 훈련도 많이 했고 경험도 많이 쌓여 기량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올림픽에 나서는 것에 대해 서채현은 “내 유일한 스승님인 아버지와 함께 훈련하니 아무래도 좀더 안정감을 느끼지만, 호칭을 (’감독님’으로) 계속 바꿔야 하는 점은 어렵다”고 했다. 서 감독은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경기할 때 보면 내가 가장 많이 떨고 있더라”며 “영광스러운 자리에 딸과 함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함께 즐기고 오겠다”고 했다.
이도현은 “아버지께서 도쿄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다녀오시는 걸 보면서 올림픽 꿈이 좀더 커졌다”며 “결선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힘을 아끼는 효율적 등반에 초점을 맞춰 훈련해왔다”며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몸에만 집중하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어서 항상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신은철은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서 경기해도 5초 만에 승부가 끝나버릴 수 있는 것이 스피드 종목”이라며 “현장에 빨리 몰입해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프랑스는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 때 많이 가봐서 친숙한 느낌”이라고 했다. “늦은 나이에 스피드 종목으로 전향해 파리 올림픽만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특출난 능력은 없지만 나 자신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고 그동안 노력한 것들을 다 증명해왔기 때문에 올림픽에서도 끝끝내 증명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 감독은 “이도현과 서채현은 둘 다 발 기술이 좋고 이도현은 파워풀한 동작, 서채현은 흐름이 특히 장점”이라며 “신은철은 부족한 부분 연습과 근력 트레이닝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 결과 올해 초부터 기록이 계속 단축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대표팀은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이어가다가 오는 30일 파리로 출국할 예정이다.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는 다음달 5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다. 남자 스피드 결승은 8일, 남녀 리드·볼더링 결승은 9~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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