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대항 한미 '핵기반 동맹' 공식화...美 핵전략자산 사실상 한반도 상시 배치

김경준 2024. 7. 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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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DC=왕태석 선임기자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미가 공동으로 미국의 핵전력을 이용한 보복 조치에 나선다는 양국 간 합의가 처음으로 문서화됐다. 한미 동맹이 기존 '재래식 무기'에서 '핵 기반'으로 격상이 됐다는 의미다. 비핵국가로서, 미국과 직접 핵작전을 논의하기로 한 건 한국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최근 군사동맹을 복원하는 조약을 맺은 북한과 러시아에 맞서, 북핵 확장 억제를 강화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공동대표인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이 같은 공동성명에 따라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의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공동지침)에도 곧장 서명했다.


의구심 걷어낸 '불가역적' 핵 보복… 비핵국가 최초·유일

우리 정부는 이번 공동지침의 가장 큰 의미로 '문서화'를 강조했다. 1978년 제1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이후 '핵우산' 개념이 도입됐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약속'에 불과했다. 미 핵전력 운용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미 대통령 결정에 우리 정부로선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핵우산'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미국이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특히 미국중심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 리스크'의 부상, 북러 조약에 따른 미국의 위험부담 증가에 따라 이 같은 지적은 더욱 비등해졌다.

하지만 이번 '미 핵전력의 한미 통합 운용 문서화'를 통해 이 같은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는 게 군 당국 등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식 문서화는 곧 번복할 수 없는 확약이며, 불가역적인 합의"라고 설명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역시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핵심 동맹 국가와의 '문서화된' 협정을 깬 적은 없다"고 힘을 실었다. 여기에 나토가 미국과 핵기획그룹(NPG)을 만든 지 9년 만에 문서화한 것과 비교해볼 때, 한미가 1년 만에 공동지침을 작성한 것 자체가 '트럼프 리스크' 등을 감안, '불가역적' 합의에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핵항모·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 한반도 상시 배치 수준 확대

또한 이번 공동지침에는 전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미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가 배정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 전략자산인 핵항공모함(CVN), 핵잠수함(SSBN) , 전략폭격기 등이 상시 배치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훈련이나 임무를 부여받고 한반도에 전개할 경우, 미군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군에 통보를 해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군도 이들 전력의 운용 정보를 24시간 공유하면서 '한미 일체형'으로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공동지침에는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에 필요한 정보 공유 확대 △북핵 위기 시 한미 정상 간 즉각적인 협의를 보장하는 절차 정립 △CNI에 대한 한미 공동 기획 및 실행 방안 등이 폭넓게 담겼다. 특히 8월 예정된 한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때부터 한미는 범정부 모의연습(TTS)과 국방·군사 도상훈련(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해, '핵기반 동맹'의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방문해 비행갑판 통제실에서 브라이언 스크럼 루스벨트 함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자체 핵무장 제외 최상위 수준 억제력 확보… 비용 분담·대만 리스크는 과제"

전문가들도 이번 공동지침 서명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완벽한 억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체 핵무장을 제외하면 북핵 억제력을 최상위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라며 "한국형 3축 체계 중 대량보복체계에 미 핵 보복이 편입됐다는 측면에서 북한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대급부 요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성원 세종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핵전력 상시 배치, 핵 사용 전제 연합 훈련 등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이에 대한 한미 비용 부담의 공평성을 제기할 명분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큰 틀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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