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은데 주가 왜 그래? 네이버 아이러니 [IT+]
2분기 호실적 점쳐지는 네이버
모든 사업부문 순항 중인데…
주가, 목표주가 모두 하향세
라인야후에 유튜브쇼핑 이슈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네이버의 주가
네이버가 '실적 날개'를 활짝 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매출‧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조6451억원, 4323억원이었다(12일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영업이익은 16.0% 늘어난 수치다. 특히 1분기에 역대 최고치를 찍은 영업이익은 2분기에도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네이버 모든 사업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호실적'을 예상한 증권사들이 정작 목표주가는 끌어내렸다. 증권가에선 7월 들어 네이버 분석 리포트 12개를 발행됐는데, 전부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그중 DB금융투자는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20.48%(29만3000원→23만3000원)나 낮춰 잡았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언제나 그렇듯 네이버의 설적 전망은 양호하지만, 목표주가를 하향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망만 나쁜 게 아니다. 실제 주가 흐름도 올해 내내 신통치 않았다. 네이버 주가는 올 들어 20% 넘게 폭락했다. 연초 2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차근차근 앞자리 숫자를 바꾸더니 7월 들어선 16만원선이 붕괴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다. 왜 일까. 답은 간단하다. 기업가치를 흔드는 외부 변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C커머스 리스크'가 네이버를 압박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이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이 커졌다.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은 상품검색과 가격 비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C커머스의 약진은 충분히 위협적일 만했다.
4월에 터진 '라인야후 사태'도 나쁜 변수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로 넘길 걸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었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은 네이버 역시 검토하던 전략이었고 대규모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일본 정부가 압박했다는 사실이 유난히 부각되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네이버가 라인 영향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타격을 입었다. 라인은 일본 내 9600만명을 비롯, 전 세계 이용자가 1억960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메신저 플랫폼이다.
최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단기적으로 지분 매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슈가 일단락됐지만,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름 아닌 '유튜브의 확장 전략'이다. 가뜩이나 유튜브가 검색의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민 포털'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데, 최근엔 이커머스 기능까지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는 한국에서 '유튜브쇼핑 전용 스토어'를 개설하는 기능을 출시했다. 유튜브 역시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기능으로 플랫폼 내에서 쇼핑 스토어 개설부터 판매와 구매,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구글 계정을 통해 절차를 밟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쇼핑을 위한 전용 스토어를 만들 수 있고, 조건만 만족하면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지금까진 유튜브 플랫폼에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채널이 없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국내 1위 플랫폼 유튜브가 기능을 고도화해 이커머스 수요를 빨아들이면, 네이버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 네이버는 과연 숱한 악재를 넘어 펀더멘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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