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장님 아들만 상속세 깎아줘?"...금수저 불패의 비밀[이창훈의 삶코노미]
올해 개정안, '가업상속공제' 등 기업승계 정책 중심
"왜 서민만 많이 내나"...세부담 완화 '부자감세' 지적↑
[파이낸셜뉴스] '상속'이란 단어가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우리 가까이 내려온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비교적 최근 드라마였던 '상속자들' 역시 별다른 수식어 없이 주인공 가운데 부잣집 2세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상속세 부담 역시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습니다. 부모님의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입니다.
다만 1억원이 넘는 순간부터 갑자기 세율이 두 배인 20%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10억원이 넘어가면 절반에 가까운 40%가 세금으로 부과됩니다. 30억원부터는 실제로 절반을,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는 20%의 프리미엄을 붙여 60%까지 세율을 매기기도 합니다.
많이 물려받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짜장면 가격은 2500원이었고, 서민·중산층이 최소 과표구간인 1억원을 넘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2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0억원 이상부터 40%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말은 곧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으려면 방 2개 정도의 금액은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상향하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2035년에 수도권 아파트의 60%가 상속세 40% 과표구간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마지막 개정인 2000년은 김대중 정부 들어 이제 막 디지털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고, 2024년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습니다. 1억원이라는 기준 역시 은퇴를 앞둔 부모세대가 자식을 위해 마지막으로 모아둔 돈이라고 생각하면 오늘날에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금액입니다.
학계에서는 명목 GDP의 생산성을 단순 계산해 3배 이상 과표구간을 늘리자는 급진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적어도 30억원 이상을 물려줄 것이 아닐 경우 절반 수준의 세금을 떼는 처사는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줄어드는 인구 역시 세금을 깎는 방향으로 징세의 틀을 바꾸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굳이 구조를 바꾸지 않아도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풀이 좁아지고 있어서입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늘리는 등 기업 사장님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기업 가치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내기보다 폐업을 택하게 되면 기업의 법인세와 임직원의 소득세까지 한 번에 사라지게 됩니다. 세부담을 줄여서라도 기업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상속세 완화'의 본질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서민·중산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개인이 보기에는 사장님의 목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제'에 포함될 수 없는 우리에게 상속세 공제가 편파적인 수단으로 보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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