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원희룡, 대구서 '박근혜 수사 이력' 난타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간의 비방전이 격화돼 지도부까지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를 찾은 두 후보가 이번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큰 분"이라고 상찬하자, 원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한 후보)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선관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한 후보에 대한 공격에 사용했다.
12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는 직전까지 이어온 공방과 관련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식의 원 후보 행태"라고 날을 세웠던 한 후보는 현장 연설에선 원 후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인터뷰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가 직접 후보들 공방에 우려를 표하고, 선관위도 두 후보에 대한 제재를 공고하면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됐다.
대신 한 후보는 과거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자신의 이력을 의식한 듯 "제가 총선기간 동안에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뵀다. 감동했다. 너무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며 "역시 큰 분이셨다. 저는 그 큰 마음을 가지고 큰 정치를 하겠다"고 박 전 대통령과의 긍정적인 인연을 강조했다. 앞서 경쟁자인 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 등은 전날 방송 토론회에서 탄핵정국 당시 한 후보의 수사 이력을 부각하며 '보수 정체성이 약하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원 후보는 각 후보에게 주어진 8분의 연설 시간 내내 한 후보를 비판하며 맹공 기조를 이어나갔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를 두고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 겪었나.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몰라도 우리는 모두 지옥을 겪었다. 다시는 탄핵은 절대로 안 된다"고 부정적 측면을 부각했다. 한 후보가 지난해 대정부질문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들과 공방을 주고받던 과정에서 남긴 말을 비꼰 것이다.
원 후보는 또 "바보같이 아직도 채상병 특검을 받아야 된다고 한다", "108석으로 어떻게 탄핵을 막냐고 한다"며 "무도한 야당의 탄핵열차에 그게 특검이 됐든 뭐 법안이 됐든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우리가 등 떠밀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고 말해 한 후보의 채상병 특검법 수정 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영화 <대부>의 대사를 인용해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다"라고 한 후보에 대한 '배신론'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이날 연설회 직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서도 한 후보를 겨냥 "법무부 장관이 공직을 이용하여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본인의 사익을 위해 공직을 이용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직격했다. 자신이 제기하고 있는 한 후보의 △사천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댓글팀 운영 의혹 등 '3대 의혹'을 이어나간 것이다.
원 후보는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관위의 주의 조치에도 이 같은 페이스북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해 "캠프에서 올렸을 텐데 연설 때문에 확인을 못했다"면서도 "걱정은 이해하지만 검증은 치열하게 돼야 한다. 저에 대한 검증도 치열하게 하라"고 공세 기조를 유지했다. '한동훈 사천의혹'과 관련해서도 "실제 공천 작업에 있어 실무자들이 배제됐다"며 "많은 팩트 제시할 수 있는데 일방적으로 까라는 건 그건 아니다"라고 전날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 후보 지지율 2위 자리를 차지한 나경원 후보는 이날 한 후보와 원 후보를 동시에 공격하는 양비론을 펼쳤다. 나 후보는 연설에서 한 후보를 겨냥 "자기 살자고 당무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이런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분이 있다. 여러분, 큰일난다"며 "그런 후보 되면 당정 파탄이다"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에 대해서도 "또 있다.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 절대 안 된다"라고 했다.
나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 후보와의 지지율 역전세를 이뤄낸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 "실질적으로 실력과 후보를 검증하는 그런 단계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력이 크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원 후보는 "그것(여론조사)과 우리 실제 전대 투표 결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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