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볼볼볼' 8볼넷 69구에도 살아남은 문용익…"아까워서 그렇다, 아까워서" 이강철 감독의 이유 있는 선택과 한숨 [MD부산]

부산 = 박승환 기자 2024. 7.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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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문용익./마이데일리
2024년 5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T-두산의 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아까워서 그렇다, 아까워서"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문용익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용익은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9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유니폼을 입은 뒤 3시즌 동안 7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4의 성적을 남긴 뒤 올 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김재윤의 보상선수로 KT로 이적하게 됐다. 당시 KT는 "문용익은 최고 구속 150㎞대 빠른 직구를 바탕으로 수준급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수다. 내년 시즌 불펜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KT로 이적한 뒤 문용익의 활약은 조금 아쉽다. 3월 첫 등판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4월 4경기(5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5.88, 5월에도 3경기(3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5.00으로 부진하더니,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1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3자책)으로 허덕였고, 11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는 2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수 69구, 1피안타 8볼넷 5실점(2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문용익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1-6으로 크게 뒤진 8회초 무사 1, 3루였다. 분명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문용익은 등판과 동시에 포수의 도루 저지 도움을 받으며 이닝을 출발했는데, 첫 타자 허경민에게 초구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 연달아 볼 네 개를 던지면서 주자를 내보내더니, 조수행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문용익은 양의지와 무려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133km 포크볼로 삼진을 솎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 큰 산을 넘었다. 하지만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문용익은 김재환에게도 연거푸 볼만 던지더니 밀어내기 볼넷을 기록, 한차현의 승계주자가 모두 홈을 밟는 것을 허용했다. 그래도 8회 더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이어지는 2사 만루에서 양석환을 2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것. 문제는 9회였다.

2024년 7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KT의 경기. KT 문용익이 8회초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7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KT의 경기. KT 문용익이 9회초 무사 만루에서 정수빈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문용익은 이닝 시작부터 강승호에게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때 박민석이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주자가 출루했다. 이에 흔들린 문용익은 김기연과 전다민에게 8개 연속 볼만 던지며 다시 한번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후속타자 정수빈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문용익은 이어나온 이유찬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기록하면서 거듭 불안한 투구를 거듭했다. 문용익이 부침을 겪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KT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문용익은 이어지는 만루 위기에서 조수행을 9구 승부 만에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오명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3실점째를 기록했고, 전민재의 땅볼 타구 때 유격수 박민석의 실책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4실점, 강승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5점째를 헌납한 뒤에야 힘겹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롯데와 주말 3연전에서 등판이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지만, 이강철 감독은 문용익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12일 롯데전에 앞서 문용익에 대한 질문에 "매번 던지고 1군에서 빠지면 무엇을 배우겠나. 던지는게 있으면 느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래서 오늘 문용익에게 무엇을 느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투수코치가 먼저 이야기를 했더라. 문용익이 '힘으로 던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라.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024년 7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KT의 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2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KT의 경기. KT 문용익이 9회초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마이데일리

올 시즌 2군에서 문용익의 성적은 17경기에서 1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53으로 매우 좋다. 2군에 머무를 성적이 아닌 것. 하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기대 이하의 피칭이 거듭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이 문용익을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령탑은 "아까워서 (내리지 않았다). 만들고 싶다. 많이 던져봐야 뭘 알지 않겠나. 몇 개를 던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많이 느끼라고 놔뒀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정하지 않은 투구폼. 이강철 감독은 "매 타자 투구폼이 바뀐다. 또 그러다가 스트라이크가 들어가고 삼진을 잡는다. 그러다가 초구에 볼이 들어가면 볼넷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느껴보라고 했다. 결국 1군에서 써야 한다. 2군에 있는 것보다 어제(11일) 같은 상황에서 느껴보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례적으로 이강철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 중 지나가던 문용익을 붙잡고 11일 등판에서 느낀점을 묻기도 했다. 그리고 취재진에게 강하게 이야기를 한 배경 또한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아까워서 그렇다"는 말을 반복하더니 "어제 정타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볼넷 아니면 삼진이었다. 힘이 떨어졌을 때 던지면서 요령을 배우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철 감독의 이유 있는 쓴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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