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올림픽 헌장 위반 논란…국제 스포츠 이슈로 확산 가능성

김기범 2024. 7.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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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테니스연맹 "관리단체 지정은 올림픽 헌장 위배"
대한체육회 "회원 종목 단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
주원홍 테니스협회장 당선인 "IOC 바흐 위원장에게 공문 보낼 계획"


대한체육회의 테니스 협회 관리 단체 지정이 국제 스포츠계 이슈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회장 선거를 중단시킨 뒤 관리단체 지정에 나선 대한체육회의 행정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헌장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국제 테니스 기구에서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ITF "테니스협회 자율성과 독립성 존중해야"

세계 테니스계의 총본산인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지난 5월 29일 대한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국제 스포츠 연맹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여, 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대신해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고 올림픽과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을 주관하는 ITF는 세계 테니스계에서 가장 큰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는 국제기구다. ITF 데이비드 해커티 회장이 직접 보낸 이 공문에는 IOC가 올림픽 헌장에 명시한 체육 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대한테니스협회가 보장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ITF는 IOC에서 인정받은 국제연맹으로 올림픽 헌장 제3장 제25조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각 국제 연맹은 자신의 스포츠를 관리함에 있어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한다. ITF는 테니스협회가 외부의 영향 없이 자유로운 선거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자 한다.

ITF는 대한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정지시키고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며, 협회를 대신해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회원국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 ITF 이사회는 회원국의 테니스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

지난 5월 29일 ITF가 대한체육회에 보낸 서신.

ITF는 체육회가 지난해 10월 24일 테니스협회의 보궐 선거를 중단시키고 나아가 관리 단체 지정을 추진한 것에 대해, 협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이 서신은 지난 5월 31일 대한체육회 정기 이사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보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체육회는 이 공문의 영향 때문인지 관리 단체 지정을 1개월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 대한체육회 정관에도 종목 단체 자율성 보장

ITF가 제기한 문제는 대한체육회와 회원 종목 단체 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독립된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대한테니스협회는 체육회와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한 위치의 가맹 단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대한체육회 정관 어디에도 체육회가 종목 단체의 선거에 개입할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관에는 종목 단체의 자율성을 적극 보장하고 있다. 정관 제2장 13조에 "체육회는 올림픽 헌장 및 국제경기연맹의 규정을 존중하여 회원 종목단체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정관 및 관련 규정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회원 종목단체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렇다고 체육회가 가맹 종목 단체의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체육회장은 종목 단체 회장 선거 결과를 인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2021년 아이스하키 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최철원 회장에 대해, 이기흥 체육회장은 인준 불가 결정을 내려 회장 취임을 막았다.

■체육회 "ITF 서신 공문은 편향적…관리단체 지정 문제 없어"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박진우 종목육성 본부장은 "ITF의 서신은 주원홍 테니스협회 당선자와 친분이 있는 일본의 ITF 임원에게 부탁해 작성된 공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테니스협회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관리단체 지정을 1개월 유예하는 배려를 해줬지만, 돌아온 건 테니스협회장 선거 강행이었고 부채 탕감 확약서도 여전히 조건부여서 관리단체 지정 요건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며 관리 단체 지정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체육회 측은 또 "관리단체를 면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조건 없이 탕감하는 확약서가 필요한데, 오히려 채권자인 미디어윌 측은 이 탕감 확약서에 관리단체 지정 해지 뿐 아니라 주원홍 회장의 당선 인준까지 추가로 조건을 내걸었다. 대한체육회가 민간 기업과 조건부 거래를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31일 체육회 이사회 장 앞에서 테니스 관계자들이 관리단체 지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IOC 바흐 위원장에게 호소 예정 '국제 스포츠계 이슈로 확대 가능성'

대한체육회의 회원 종목 단체에 대한 과도한 간섭인지, 아니면 회원 단체의 분쟁을 관리해야 하는 체육회의 적법한 권한 행사였는지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미 대한테니스협회는 관리 단체 지정에 대해 가처분 소송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오는 24일 심문 기일이 잡혀 있는데, 회원 종목 단체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개입 권한이 어느 범위까지 인정될 수 있느냐가 판결의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문제는 국제 스포츠 이슈로 더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주원홍 테니스협회장 당선인은 "ITF뿐 아니라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직접 이 상황에 대해 호소하는 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치 등 부당한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율과 독립을 강조하는 것이 IOC의 기본 입장으로 알고 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한국의 IOC 위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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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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