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늦어지는데 최지민까지 1군 말소… 위기의 KIA 불펜, 겨울의 기대치 보여줄까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 KIA의 객관적인 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건 타선뿐만 아니라 불펜도 있었다. 새 외국인 선수 두 명을 까봐야 아는 선발보다는 불펜 전력이 더 탄탄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특별한 보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색이 좋게 선수들을 잘 모아놨다는 호평이 많았다.
그런 KIA 불펜은 시즌 초반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했으나 6월 이후부터 서서히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셋업맨 전력이었던 전상현 최지민의 구위 난조가 불거진 시점이다. 장현식이 역투로 분전했지만, 전상현의 구위가 돌아오자 마무리 정해영(23)이 어깨 통증으로 빠지는 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정해영은 아직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정해영은 시즌 32경기에서 32이닝을 던지며 2승2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호투로 리그 구원왕 경쟁까지 벌이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6월 23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 더블헤더 제1경기 투구 도중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껴 강판된 뒤 1군에서 빠졌다. 당초 후반기 시작과 함께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도 2군에서 실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12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지금은 토스를 하면서 컨디션을 올리고 있는 단계”라면서 다음 주부터는 라이브 피칭을 비롯한 본격적인 복귀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반기 막판 이범호 KIA 감독이 밝힌 타임 테이블보다도 조금 늦은 것이다. 정해영의 복귀가 구단의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만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 불펜 피칭, 라이브 피칭, 그리고 2군 재활 등판을 모두 마치면 20일에서 30일 사이, 늦어도 7월 내에는 전력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KIA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부상 부위가 투수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어깨다. 게다가 정해영은 올라오면 마무리 보직을 맡아야 한다. 1군 재적응 시간을 길게 줄 수가 없다. 확실하게 다지고 난 뒤 올라오는 게 낫다.
여기에 KIA는 최지민도 12일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최지민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소 지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12일 SSG를 앞두고 “한 번 쉬어주는 게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심리적으로도 조금 그런 것 같고, 체력적으로도 조금 지친 것 같았다. 열흘 정도만 빼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상이 아닌 만큼 열흘간 푹 쉬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며 후반기 달릴 동력을 만들어주고자 함이다.
최지민은 시즌 45경기에서 36⅓이닝을 던지며 2승3패3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06이다.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모두 괜찮은 범주다. 그러나 올해 전체적인 경기력은 이보다 크게 떨어져 있다. 36⅓이닝에서 3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65에 이른다. 지난해 인상적이었던 경기력보다는 확실히 처져 있다.
이 감독은 최지민이 좌타자를 상대할 때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영점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최지민이 부담을 덜 느낄 만한 상황에 쓰려고 노력했지만 팀 셋업맨이 마냥 편한 상황에서 등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1일 잠실 LG전에서도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으나 첫 두 타자에게 모두 출루를 허용한 뒤 강판됐다. 결국 KIA는 마무리 전상현 카드를 소진해야 했고, 그 여파로 전상현은 12일 경기에는 휴식을 취한다. 최지민이 정상적이었다면 깔끔하게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아쉽게도 현재 경기력이 많이 처져 있었다.
두 명의 핵심 불펜 자원이 빠진 KIA는 또 힘겨운 열흘을 준비한다. 이 감독은 일단 좌완 셋업맨 자리는 곽도규, 최지민을 대신해 12일 1군에 올라온 이준영, 그리고 최근 괜찮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김대유를 번갈아가며 쓰겠다는 구상이다. 상황에 맞게 투입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지난해 최지민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결국 더 많은 불펜 투수의 소모가 강요될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도 중요하고, 벤치의 불펜 교체 타이밍도 중요하다.
이 감독은 있는 선수들로 버텨볼 뜻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최지민 정해영이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장현식 전상현만 빼면 다 같이 상황에 따라서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무리 전상현, 그리고 7~8회 리드 상황에서 오르는 장현식 두 명을 빼면 나머지는 상대 타순과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나은 카드를 뽑아 쓰겠다는 의미다. 당분간은 불펜 순번도 없이 모든 선수들을 다 짜내는 총력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12일 SSG전도 전상현 장현식이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이 감독은 “(선발) 황동하가 5이닝 이상 던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선수들 중에 안 나갔던 선수들 힘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 위주로 오늘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상황에 맞는 불펜 운영을 예고했다. 이 감독은 “필승조가 쉬는 날이기 때문에 안 던졌던 친구들을 상황에 따라서 다 투입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승으로) 선수들이 기분상으로는 좋은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있지만 SSG와 경기할 때 약했고, 잘 풀어나가기 힘들었던 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운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KIA는 이창진(좌익수)-박찬호(유격수)-김도영(3루수)-나성범(지명타자)-김선빈(2루수)-소크라테스(중견수)-변우혁(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우익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최형우가 선발에서 빠져 뒤에 대기하고, 변우혁이 1루에 서 다시 테스트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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