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찬혁의 오프더그라운드]'내로남불'의 끝판왕...자신이 만든 시스템 붕괴 시킨 '아마노 홍'은 대표팀 감독 자격이 없다

노찬혁 기자 2024. 7.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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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내로남불'도 이러한 '내로남불'이 없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국내 감독 중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홍 감독은 지난 5일 수원FC와 경기를 앞두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만날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지만, 불과 만난 지 10시간 만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며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2022시즌 울산에서 뛰었던 아마노 준이 전북 현대로 이적을 선택했을 때 홍 감독은 누구보다 크게 분노했다. 아마노가 잔류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저버리고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했다면서 홍 감독은 "내가 아는 일본 선수 중 최악이다. 우리 팀의 일본인 코치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아마노를 저격했던 홍 감독은 무려 시즌 도중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고 갑작스레 울산을 떠났다. 홍 감독은 우승 경쟁을 하는 시즌 도중 대표팀 감독으로 떠났고, 울산은 감독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팬들은 지난 10일 열린 광주FC와 경기에서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홍 감독을 '아마노 홍'으로 불렀다.

또한 본인이 비판했던 KFA의 비정상적인 감독 선임 과정을 홍 감독은 그대로 따라갔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리그 경기를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면 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 축구협회에서 누구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지원해 주지 않은 것 같다. 이 시점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사퇴했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일할 때는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이 계셨고, 김 위원장은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지고 일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축구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든 직접 뽑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선임한 분이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다. 축구협회 내부를 보면 위원장 자리는 전문성 있는 분들이 맡는다. 상벌위원장은 법조인, 의무위원장은 의료인이 하는데 이 분들을 도와주는 건 협회 행정 직원들의 몫이다.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대한축구협회

홍 감독은 KFA 전무이사 재임 당시 김 위원장과 함께 감독 후보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 선임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의를 표명한 정 위원장 사태 관련해서는 과거와 비교해 KFA의 감독 선임 시스템이 후퇴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랬던 홍 감독이 정작 본인에게 감독직 제안이 들어오자, 절차 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이 이사의 제안을 덥석 수락한 것이다.

이 이사가 외국인 감독을 만났을 때는 홍 감독이 만든 시스템을 그대로 따랐다. 외국인 감독은 PPT 발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 상대인 중동 국가들에 대한 게임 모델 설명, 트렌드 분석 등의 평가를 거쳤지만, 홍 감독은 이런 절차가 생략됐다. 홍 감독도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 이사의 부탁을 면접도 없이 수락해 버렸다. 본인이 만든 시스템을 버렸다.

홍 감독은 10일 광주와의 K리그1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월드컵 이후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스스로 만든 감독 선임 시스템을 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이사가) 날 만나자고 해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났다. 시스템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어불성설'이다.

홍명보 감독/대한축구협회

홍 감독은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붕괴시킨 감독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시스템을 '모른다'라고 표현하며 대표팀 감독직을 덥석 수락했다. 심지어 시즌 도중에 자신이 비난했던 선수가 했던 행동을 되풀이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이러한 이중성을 보인 이에게 과연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는 게 맞는가. KFA는 공정한 절차,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감독을 다시 선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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