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는 주사 비켜"… 화이자 먹는 약 만든다
먹는 비만치료제 임상 재개
경쟁사 2곳은 피하주사 제품
하루 한 알 먹는 알약 개발땐
떨어진 실적·주가 회복 기대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주도하는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에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도전장을 냈다. 하루 한 번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 제품들이 피하주사 형태인 반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1일(현지시간) 화이자는 자사의 먹는 비만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다누글리프론' 개발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다누글리프론은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수용체(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들 중 하나다.
이 물질은 GLP-1 작용제로 인슐린 분비량을 늘려 음식 소화 속도를 늦추고 식사 후 포만감을 증가시켜 적정 혈당 수준을 유지시키며 체중 감량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다누글리프론과 관련해 화이자는 진행 중인 초기 단계 연구에서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가장 이상적인 프로필'을 가진 제형을 찾아냈다고 밝히면서 하루 1회 간편하게 복용하는 알약 형태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카엘 돌스틴 화이자 연구개발(R&D) 최고과학책임자는 "다누글리프론은 이미 1일 2회 제형에서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고, 1일 1회 제형이 경구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최근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올해 초에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젭바운드는 매출액이 7000억원을 넘어섰고, 위고비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80억달러에서 2030년께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으로 커지며 연평균 6~8%대 고속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발 빠르게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사이 다른 의약품 경쟁에서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에 밀렸다. 이미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위고비 판매를 승인받았고,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11월 FDA에서 젭바운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에 화이자는 피하주사 형태의 비만 치료제 개발을 건너뛰고 바로 경구형 개발로 추격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먹는 알약 형태로 개발하던 또 다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인 로티글리프론 개발을 중단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다누글리프론을 1일 2회 복용하는 임상 2상을 진행했지만 부작용이 발견돼 접어야 했다. 다만 다누글리프론은 당시 임상에 참여했던 성인 600여 명이 하루 200㎎씩 32주간 복용한 후 체중이 6.9~11.7%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 비만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평가다.
화이자는 하반기에 다누글리프론에 대한 다양한 용량을 시험해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돌스틴 최고과학책임자는 "비만은 화이자의 핵심 치료제 분야로, 우리는 3가지 임상 후보 물질과 여러 개 전임상 단계 후보로 이뤄진 강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1400명 이상의 임상시험 참여자 중에서 간 효소 상승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시각은 아직 보수적이다. 2021년 팬데믹 때 코로나 백신 매출과 이익이 급증했던 화이자는 엔데믹 이후 코로나 백신 관련 매출이 급감하며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화이자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매출은 20억4000만달러, 코로나 백신 '코미나티' 매출은 3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88% 줄었다.
화이자의 시가총액은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무렵 3500억달러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절반 이하인 1624억달러로 떨어졌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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