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두산그룹, 돈 잘버는 밥캣 떼어 로봇에 이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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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사업을 재편했습니다. 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 3대 축으로 나눈 게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져 나와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합병됩니다.
밥캣은 소형 건설기계·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9조 8000억 원, 영업이익 1조 4000억 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입니다. 지난해 기준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 를 밥캣이 올렸습니다.
두산은 그룹에서 제일 돈을 잘버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밥캣을 왜 이동시켰을까요?
지분 없던 총수 일가, 잘 나가는 밥캣 지배력 강화 효과
이번 사업 재편은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밥캣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있던 두산그룹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산로보틱스는 총수일가와 그룹을 잇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두산은 밥캣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만 갖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가 밥캣을 소유하고있는 형태입니다.
재편 뒤에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기존 지분율이 68%에서 42%로 낮아지는 한편 두산로보틱스가 밥캣을 100% 지배하는 구조가 됩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의 지분 7.64%를 보유하고 있고, 이외 친인척은 보통주 지분 총 37%가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 재편에서 박정원 회장과 총수 일가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그룹의 캐시카우인 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되는 셈입니다.
밥캣은 해마다 대규모의 배당금을 모회사에 제공하는 효자 회사입니다. 지난해 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에 715억원의 배당 수익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두산로보틱스의 곳간이 빠르게 채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계열사 부침에 따라 여기저기 흘러가는 밥캣, 이번엔 두산로보틱스 자금줄로
원래 밥캣의 모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닙니다.
밥캣의 역사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 부진,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부침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을 약 49억 달러(약 5조 7천600억원)에 인수하면서 두산 그룹에 편입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밥캣이 흔들렸고,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을 인수한 여파에 중국에서 잇따라 투자 실패까지 겹쳤습니다. 현금부족에 시달리고 국내외에서 차입을 일으켰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문제였습니다. 탈원전 정책 여파에 발전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때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로 했고, 밥캣을 분리해 두산에너빌리티로 넘어간 것입니다.
계열사 부침에 따라 옮겨다닌 밥캣은 이제는 그룹 메인 사업의 축중 하나로, 그룹의 현금곳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이번 재편으로 두산로보틱스에 든든한 자금줄이 생기게 됐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7월 설립 후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32억원, 192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매출의 18.6%인 98억원을 R&D에 썼지만 아직은 로봇 분야에서 투자할 게 많습니다.
알짜 밥캣이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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