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北 핵공격땐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
韓美 일체형 확장억제 체계로
美 핵운용시 한국군 역할 기대
美와 비핵국 첫 양자협의 사례
워싱턴 선언 후 1년여만에 성과
尹 "한미, 일치된 대응을"
바이든 "언제나 함께 가자"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일체형 확장억제'를 선언했다. 미군의 압도적 핵 전력을 토대로 한미 안보 동맹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 위협을 가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제공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또 '일체형'이란 미국의 핵 전력과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했다는 의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미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에는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미국의 핵 운용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 간 핵 전력 운용과 관련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체계 정립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도 공동 지침에 담겼다.
한미는 지난해 4월 정상회담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에서 양국이 함께하는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 틀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했다. 이후 세 차례의 본협의와 20여 차례의 실무급 논의를 통해 불과 1년여 만에 공동 지침을 완성하는 성과를 냈다. 앞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핵계획그룹(NPG)을 출범하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
이번 지침에 따라 앞으로 훨씬 많은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더 자주 전개될 전망이다. 핵추진 항공모함, 핵무기 탑재 잠수함, 전략 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과 연계한 한미 간 핵·재래식 통합 훈련도 늘어난다. 국방부는 이날 "이번 공동 지침은 북핵 위협 억제와 유사시 대응을 위해 미국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가 전시는 물론 평시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 측 스케줄에 맞춰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경향이 강했다.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에 임박해 한국에 이를 통보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동 지침에 따라 전략자산 전개 여부, 일정 등에 대해 한미 국방당국이 미리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제는 평시에도 (한미가) 24시간 정보를 공유하면서 전략자산 전개의 필요성에 대해 협의하고 논의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전략자산) 특성상 모호한 정책을 취하는 것이 확장억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이 핵 3축 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핵폭격기 등을 전 세계에서 은밀하게 운용하고 있는 가운데 작전상 보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가 이날 채택한 공동 지침의 근간인 '일체형 확장억제'를 작전 계획 등에 반영·포함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개정·검토하는 데 수년 이상 걸리는 작전 계획에 당장 반영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과 역내 정세 변화에 따라 관련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한미는 NCG 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시뮬레이션, 도상훈련, 연합연습과 훈련을 통해 한미 핵억제·핵작전 지침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 두 사람의 이름으로 작전 지침을 하는 공동성명이 나오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로써 일체형 확장억제의 토대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정말 위대한 일을 해내셨다"며 "2년 전 윤 대통령께서 취임한 직후 한국에서 만났을 때부터 좋은 친구가 되고 함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겠다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며 역내에서 많은 일을 하자"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이 나토, 파트너국과 일치된 대응을 하도록 이끌어 나가자"고 제안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언제나 윤 대통령과, 한국과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서울 김성훈 기자 / 안정훈 기자 / 워싱턴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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