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이종호 “반부패 2부장검사 만나봐라”
채 해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선수' 이종호 블랙펄 인베스트 전 대표가 지인에게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의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가 언급한 이는 당시 반부패수사 2부장을 맡고 있던 김영철 검사로, 과거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사건 수사 담당자였다. 이 씨가 구속 수감중이던 기업 오너 일가를 위해 김영철 검사에게 청탁을 고려했던 증언도 새롭게 드러났다. 현재 서울북부지검 차장 검사로 재직 중인 김영철 검사는 “이종호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종호 씨는 지난 해 8, 9월 공익제보자인 A변호사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최소 2차례 이상 김영철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2부장검사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해 8월 9일 오후 7시 무렵 이 씨는 A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인맥관리 차원에서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를 만나 보라"는 취지로 말했다. 자신은 물론 김 여사도 함께 연루된 도이치 모터스 관련 사건을 담당하던 김영철 당시 부장 검사와 사적 친분을 전제로 A 변호사에게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A 변호사는 “실제 김영철 검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선수와 특수통 검사… 의혹의 연결고리는 ‘김건희'
블랙펄 인베스트의 이종호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이른바 ‘주포'로 활동한 인물로, 김건희 여사의 증권 계좌를 직접 관리할 만큼 김 여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2021년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 씨를 기소하면서 김건희 여사와의 연결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검찰은 이 씨가 도이치모터스 2단계 주가조작 작전 초기였던 2010년 10월 말부터 김건희 여사의 미래에셋 및 ds증권계좌 2개를 제공받아 관리하면서 주가 조작에 활용했다고 공소장을 통해 밝혔다.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는 이 씨가 주가 조작 작전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이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해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천만 원을 선고 받은 이 씨는 오는 9월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영철 검사는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팀 검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2부장, 대검찰청 반부패 1과장 등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불린다. 김영철 당시 부장검사 역시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관련된 사건을 담당했었다. 김영철 부장검사가 이끌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시민단체 고발로 진행된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사건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전세권 설정 사건 등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했지만 지난 해 3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특히 검찰이 코바나컨텐츠 대표였던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및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는 ‘봐주기' 의혹이 일기도 했다. 김 여사에 대해 소환 조사 없이 서면조사만 두 차례 진행했을 뿐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도 밟지 않았던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영철 검사는 국정농단 특검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사적인 관계를 형성,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영철 검사는 “악의적인 음해"라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지난 5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총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 실체가 있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은 김영철 검사 등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 2일 발의한 바 있다.
A변호사와 나눈 대화에는 이 씨가 김영철 검사와 단순한 친분 관계 이상임을 보여주는 대목도 등장한다. 이 씨는 지난 해 9월 11일 A 변호사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특정 기업 오너 일가와의 친분 등을 언급하며 “조 모 씨가 서울구치소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김영철 부장검사에게 부탁하기 민망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씨가 구속 상태에 있는 범죄 피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김영철 당시 부장검사에게 청탁하려고 고심했다는 것이다.
김영철 검사 “이종호와 일면식도 없다"
지난 6월 서울북부지검 차장으로 보임된 김영철 검사는 “이종호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김영철 검사는 “도이치 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 담당 부장으로서, 공범 수사와 관련해 우리부 담당 검사가 불러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며 “(이 씨가) 과거 담당했던 사건 관계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록도 찾아봤지만 본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이종호 전 대표에게도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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