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아까지 영역 넓히는 나토, 그 대열에 고민 없이 동참한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회의에서 32개국 정상들은 중국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라고 비난하며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중국이 반도체 칩, 소프트웨어 등 제재 대상 군용 물품·기술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미국의 정보를 유럽 국가들이 수긍했기 때문이다. 임무를 유럽 방어에 국한해온 나토가 중국의 위협을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분명히 한 것이다. 나토의 적이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군사 협력을 하는 북한에서 중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 자격으로 3년 연속 회의에 참석해 그 대열에 동참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동맹·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비판한 뒤 “유럽의 안보와 아시아의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나토와 인·태 지역 파트너 간 협력은 세계의 자유와 번영을 위한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나토 공공포럼에서는 “냉전이 종식된 지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도전 세력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부인한다”며 “강압을 통한 현상변경 시도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맹과 우방국들이 압도적 힘을 갖추고 단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나토가 아시아까지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서방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근호에 나토의 아시아로의 영역 확대가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를 모두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실었다. 나토가 유럽 안보도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군사력을 아시아에 투사하는 것은 유럽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중국의 행동을 더 거칠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토의 아시아 확대를 가장 반기는 국가는 일본이지만, 한국·뉴질랜드·호주는 처지가 다르다는 분석도 담았다. 호주는 이번 나토 회의에 총리 대신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접근에 이 사안의 민감성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유럽 통합방위 전략에 한층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중국과 협력하기 위한 공간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 기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이 한반도 방어를 위한 핵무기를 별도 배정해두고 그러한 전략무기의 운용 관련 사항을 한국과 상시 논의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이 지침은 북한 핵무장에 불안을 느끼는 한국 내 우려 등을 고려해 균형을 맞추려는 취지에서 논의돼 왔다. 하지만 한·미 확장억제 강화는 북한, 중국 등 입장에서는 도발적 조치로 인식할 수 있고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억제력 강화에 치우치지 말고 북한 핵위협을 낮추기 위한 외교와 협상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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