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mRNA에 몰두한 30년···팬데믹 빠진 인류를 구하다
父 정치적이념 탓 헝가리서 차별
美 왔지만 추방협박 시달리기도
'mRNA, 언젠가는 빛본다' 확신
논문 9000여편 읽고 실험 되풀이
코로나 터지자 백신에 결정적 기여
20년 머리맞댄 와이즈먼과 노벨상
“메신저리보핵산(mRNA)이 어떻게 우리의 면역체계와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인간 건강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던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롬의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상수상위원회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mRNA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생화학자 커털린 커리코와 면역학자인 드루 와이즈먼을 공동 호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이전에 가장 빨리 만들어진 백신은 1960년대의 볼거리 백신으로 4년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4년이라는 시간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목숨과 맞바꿔야 하는 시간이었다.
10년 전인 2013년 어느 날 미국 필라델피아의 펜실베니아대학교(유펜)에서 일하던 커털린 커리코는 자신의 실험 집기들과 물품들이 복도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학교 측에서는 ‘실험실 사용료’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비를 따와야 하는데 그녀의 연구는 돈을 따오지 못하는 연구라는 이유였다. 그는 한 번도 정교수였던 적이 없다. 학교 측에서는 ‘교수가 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임 연구원이라는 직책으로 강등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였다. 언젠가 mRNA가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백신으로서 빛을 볼 것이라는 것. 급하게 자신의 실험 보고서를 챙기며 그녀는 단언했다. “언젠가 이 연구실은 박물관이 될 겁니다.” 커리코는 유펜에서 일하는 동안 어떤 직책도 얻지 못했지만 ‘mRNA에 미친 여자’로 통했다. 만나는 사람의 전공에 관계 없이 같이 연구하자며 ‘mRNA 영업’을 하다 보니 얻게 된 별칭이었다. 대부분은 냉담한 반응으로 응답했다.
어떤 mRNA든 구현해낼 수 있는 그와 면역세포를 타깃하는 백신을 개발하고자 했던 면역학자인 드루 와이즈먼과의 만남은 ‘자물쇠와 열쇠’의 만남이 됐다. 과를 넘나들며 20년 간 함께 연구를 이어갔다. 커리코의 회고록인 신간 ‘돌파의 시간(원제 Breaking through)’에서는 연구 행로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성취 과정이 몰입감을 높인다. 헝가리에서 푸주한의 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공산당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력이 헝가리 내에서도 그를 주변인에 머물게 했다. 헝가리 최고의 대학인 세게드대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을 냈지만 헝가리 최대 생물학 연구소 BRC에서는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가 지푸라기 잡듯 택한 것은 미국 땅이었다. 당시 50달러 이상 소지한 채 출국하는 게 불법이었던 그는 고육지책으로 어린 딸의 애착 인형에 전재산 1200달러를 숨겨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에서는 mRNA 연구를 평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난관은 끝나지 않았다. 비자를 인질 삼아 연구실을 떠나면 이민국에 신고해 추방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지도교수로 인해 노예 연구자 생활을 이어갈 뻔하기도 한다. 그는 어떤 상황이 닥치든 ‘한 가지만 더(One more thing)’를 새긴다. 질문 한 개만 더, 실험 한 번만 더, 생각 한 번만 더.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지도교수가 되어 한 가지씩 자신을 채찍질 했다. 그렇게 읽은 논문이 9000편이 넘는다. 표와 참고문헌까지 샅샅이 읽는 수준이다.
처음 mRNA 백신을 만들 때 염증 반응이 나오자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돌파 그 자체다. 염증 반응으로 인한 면역 이상인 ‘사이토카인 폭풍’ 사망자가 발생한 뒤 연구실에서 ‘염증=실험 종료’로 여겨지던 순간에 변형된 mRNA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단백질 합성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담은 분자인 mRNA는 속도에 강점이 있었다. 항원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알면 그 항원을 암호화하는 mRNA를 만들고 이를 지질 운반체에 빠른 시간에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말한다. “실험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틀린 것은 당신의 기대일 뿐.” 그는 오늘도 낡아가는 지식과 싸우며 돌파한다. 1만 8000원.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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