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경쟁 치열하다더니”…결국 ‘헛힘’ 쓴 광주 쓰레기소각장 후보지 선정
2030년 완공 차질 쓰레기 대란 우려…광주시 초강력 조치 가능성도
(시사저널=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가 역점 추진해온 자원회수시설(생활쓰레기 소각장) 신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6곳에서 유치경쟁을 벌인다고 홍보까지 했으나 공모요건 미 충족과 주민 반발 등으로 생활쓰레기 소각장 입지 선정이 결국 헛힘만 쓰고 무산되면서다.
광주시는 그간 시 단독으로 추진해 오던 소각장 후보지 선정 전 과정을 전면 백지화하고 '선 자치구 신청-후 시 추진' 방식으로 바꾸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당장 주민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2년 후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의 불안 요소 싹을 잘라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사업 착수 3년이 지나도록 입지도 못 찾고 행정력 낭비와 시간만 허송한 탓이다. 오는 2030년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최소 2029년 말까지는 시설을 준공해 시험 가동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후보지 선정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소각장 완공 일정 차질에 따른 쓰레기 대란 우려가 나온다.
후보지 못찾고 3년 허송…광주시 '발등의 불'
광주에서는 2016년 12월 상무 소각장 폐쇄 후 대형 소각시설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현재 광주 생활 쓰레기는 남구 양과동 광역 위생매립장에 매립되거나 전남 나주에 있는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로 보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 2021년부터 총사업비 3240억원을 들여 소각장 건립에 나섰다. 시는 2021년 10월 구청장협의회의 광역 자원회수시설 설치 건의를 받아들였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자치구 고유사무이지만, 효율성 등을 따져 광주시가 위임 사무로 대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2022년부터 기본구상 용역을 통해 시설 규모(하루 650톤 처리 용량) 등을 확정하고, 입지를 공모했다. 시는 곧바로 다음해인 2023년 4월 1차 공모를 통해 6곳을 신청 받았으나 검토 끝에 같은 해 11월 응모 요건 미 충족으로 모두 부적격 처리했다. 다시 올해 2차 공모를 진행해 7곳을 신청 받았고, 요건 미 충족 등으로 3곳만 남게 됐다.
행정력 부재·탁상행정…주민 반발 초래
시는 지난 10일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를 열고 서구 매월동·북구 장등동·광산 삼거동 등 후보지 3곳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지 1곳을 최종 선정하려 했다. 그러나 시는 소각장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다. 후보지 3곳의 지역민은 집회 등을 통해 반발 수위를 높여갔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주민들의 불만은 되려 확산하고 연일 시청 앞 광장에서 집단시위가 이어졌다. 삭발식 등 시위 강도도 매번 높아졌다.
여기에 소각장 후보지역에 위치한 다른 타 지자체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며 기름을 끼얹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북구 장등동이 소각장 설치 후보지에 포함되자 인근 담양지역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가담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주민 반발에 부딪힌 광주시는 기존 시 중심의 소각장 후보지 공모 절차를 탓하며 선정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선(先) 자치구 신청, 후(後) 광주시 주도 방식'으로 다시 밟기로 한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은 11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先) 자치구 신청, 후(後) 광주시 주도 방식'으로 변경하고, (자치구나 권역별이 아닌) 광역자원 회수시설 설치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시는 개인, 단체, 법인 등 민간 신청을 받아 공모하던 기존 방식을 버렸다. 대신 5개 자치구에서 각각 1곳 이상씩 신청 받아 후속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행정 최일선에 있는 구청이 사전에 충분히 주민여론을 수렴해 후보지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최종 후보지 선정에 따른 주민 반발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5개 자치구 옥죄는 광주시
시는 소각장 건립 계획이 예정보다 늦춰지더라도 기초 자치구의 능동적 역량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생활쓰레기 처리업무가 고유 사무이기도 한 5개 자치구도 앞으로 적정 입지 후보지를 각각 1곳 이상씩 신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소각장 후보지를 직접 신청하기로 한 5개 구청(자치구)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 나게 된 셈이다.
시는 소각장 입지 선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당근책과 채찍을 함께 쓰기로 했다. 소각장 유치 지역에 대해서는 각종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약속했으며, 나머지 지역에는 가산금 등 패널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시는 소각장이 들어서는 자치구와 지역에 편익시설 설치비 600억원 이상(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공사비의 20%), 특별지원금 500억원, 주민지원기금 연간 20억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나머지 자치구에는 반입수수료에 대한 가산금을 10% 부과할 방침이다.
시는 자치구의 비협조 등으로 후보지 선정에 실패할 최악의 경우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시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처리는 자치구 고유사무로, 구청장이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 운영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자치구에 해당 업무를 다시 되돌려 보낼 수도 있다는 초강력 조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표적된 선출직 단체장의 출구전략?
이처럼 소각장 입지 선정 실패는 극심한 주민 반대를 극복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주민들의 강한 반발은 광주시 등 행정 당국의 탁상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자치구 고유사무인 소각장 설치 사업을 꼼꼼한 검토 없이 넙죽 받았다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 시의 행정력 부재가 도마 위에 오른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 단체장의 협소한 운신의 폭도 한몫했다는 게 지역관가의 평가다. 후보지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로 자칫 모든 책임이 강기정 시장과 광주시로 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광주시가 쓰레기 소각장 건립 정책의 중심축을 자치구로 옮기려는 한 배경이다. 앞장에 서야 할 기초지자체들이 뒤로 빠져 있으니 강 시장과 광주시는 입지 선정 민원의 표적만 돼왔다. 환경부는 2020년 폐기물 정책을 전환하면서 발생지 처리 원칙을 대전제로 세웠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는 법적으로도 기초지자체에 책임이 있는 업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광주시 내부에선 기존 공모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 시장이 3~4주 전부터 각 실과장들과의 현안 논의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소각장 건립문제를 자치구에게 일부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향후 재선을 염두해 뒀다면 출구전략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소각장 설치 문제를 각 자치구에 떠미는 방식으로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향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정치적 리스크를 5개 자치구와 나눠지겠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뤄진 브리핑에서 7개 구청장들을 병풍으로 세운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현행 시 중심 공모방식이 이용섭 전임 시장의 사업 추진 방식이었는데 강 시장 본인에게 비난이 쏠리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도 꽤나 컸을 것이라는 얘기도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자치구와 책임 분담 선정방식 '산 넘어 산'
결국 앞으로 소각장 후보지를 1차적으로 자치구가 결정하는 구조다. 자치구에서 소각장 후보지를 신청해야만 후속적인 공모 절차가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일거에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자치구들이 소각장 유치 후보지 신청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구청장들 역시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5개 일선 자치구들이 각자도생 식으로 가거나 이웃 지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지금의 답보상태가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설사 소각장 후보지를 결정하더라도 원점에서 또 다시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강기정 시장은 "1, 2차 공모를 거치면서 신청지가 늘어나는 진전이 있었고 3차 공모에서는 시와 자치구의 책임성도 높였다"면서 "직매립 금지 조치까지 마음은 급하지만 (입지 선정 등에) 1년 정도 여유는 있는 것 같다. 잘 준비하면 시한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위 높인 원희룡 “韓 이모부 민청학련 주동자”…한동훈 “이걸 끌어들이나” - 시사저널
- “2억 현찰로” “터뜨리면 은퇴” 쯔양 협박 사건 파장…검찰·방심위도 칼 빼든다 - 시사저널
- 온가족 비극으로 내몬 계부의 의붓딸 ‘13년 성폭행’…2심도 ‘징역 23년’ - 시사저널
- “하반기 집값 오른다” 36%…1년 전보다 12%p↑ - 시사저널
- 스포츠 스타들의 일탈, 도를 넘었다 - 시사저널
- 도이치 주가조작범 입에서 나온 “VIP”…‘임성근 구명 의혹’ 파문 - 시사저널
- 시청역 교통사고 추모현장에 “토마토 주스” 조롱 쪽지…경찰, 작성자 추적 중 - 시사저널
- 테슬라의 시대는 끝났다? - 시사저널
- ‘혈전 떠돌이’와 ‘골든타임’이 생명 좌우한다 - 시사저널
- ‘이건 다이어트 식품이니까’…오히려 살 찌울 수 있는 식품 3가지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