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올시즌 준우승만 3번하며 성장…이제야 루키 타이틀 뗐어요"
2번의 연장전 패배서 많이 배워
만점짜리 복귀 시즌 만들었다
누가 출전하든 경쟁 자신있어
컨디션만 좋으면 언제든 우승
하반기엔 첫 출전 대회 많아
휴식기에 모든 코스 파악할 것
1년8개월의 공백이 있었나 싶다. 13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만 3번, 6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경기가 느슨해질 즈음이면 어느샌가 리더보드를 흔들며 판도를 바꿔버리길 수차례. 투어에 복귀한 지 넉 달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 흥행 카드로 자리잡은 윤이나(21)가 주인공이다.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2라운드가 열린 12일, 강원 정선 하이원CC에서 윤이나를 만났다. 복귀 시즌 전반을 마무리하면서 윤이나는 “점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시간이었다”며 “많은 일을 겪었고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웠기에 만점을 주고 싶다. 매 순간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윤이나는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로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 공동 22위로 경기를 마쳤다.
○복귀 넉 달 만에 ‘흥행 치트키’
KLPGA투어 2024시즌은 윤이나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시작부터 떠들썩했다. 지난 1월, KLPGA는 2022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한 윤이나에 대한 3년 출전정지를 1년6개월로 감경하기로 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참작했다.
골프계 안팎에서는 19세 어린 선수의 실수에 대해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과 골프의 근간인 ‘정직’을 뒤흔든 행위에 대해 협회가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맞섰다. 동료 선수들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적잖은 부담을 안고 나선 복귀 시즌. 윤이나는 넉 달 만에 ‘흥행의 핵’으로 떠올랐다. 네 번째 대회인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KLPGA챔피언십에서 첫 톱10에 들더니 이어진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곧바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은 윤이나의 귀환을 알린 무대였다. 1~3라운드 내내 선두권을 지켰고 마지막 날에는 박현경(24)·박지영(28)과의 4차 연장 끝에 준우승했다. 지난주 롯데오픈에서는 최종일 9언더파를 몰아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흥행 카드로서의 면모를 증명했다.
윤이나는 두 번의 연장 끝 준우승에 대해 “두 연장전 모두 내가 만들어낸 기회였기에 아쉬움보다 뿌듯함이 더 크다”며 “더 성장했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느낀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무사 복귀가 목표…만점 주고파”
매 홀이 시험대인 복귀 시즌, 윤이나는 “무사히 복귀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우승, 상금 등 결과로서의 목표가 아니라 팬들과 만나고 경기를 치르는 그 자체를 잘 해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팬들이 반겨줄지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주고 응원해줘서 늘 행복하다”고 말했다.
징계 이후 1년6개월의 공백을 거쳤지만 윤이나의 경기력은 압도적이다. 파4·5홀 모든 티샷의 평균 거리에서 259.8야드로 투어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280야드 이상을 날린 홀만 67개에 이른다. 아이언도 잘 친다. 그린적중률 2위(79.3%), 벙커세이브율 2위(81.2%)에 올라있고 평균 타수는 70.2로 투어 3위다.
윤이나 측 관계자는 “징계 기간에 현역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혹독한 연습을 했다”고 귀띔했다. 거의 매일 9홀을 돌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체력훈련을 독하게 해냈다고 한다.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로 간 것 역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올해 3년차 프로지만 윤이나가 정규투어에서 치른 대회는 이번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으로 29개가 됐다. 딱 1년가량의 대회를 치른 셈이다. 그는 “아직 어리숙하지만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아 이제야 루키를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올 시즌 강자 상당수가 자리를 비웠다. 이예원과 박지영은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 출전했고 3승과 대상상금랭킹 1위 박현경은 휴식을 선택했다. 윤이나로서는 복귀 첫 승을 거둘 절호의 기회. 하지만 그는 “모두 저보다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어떤 선수의 출전 여부에 따라 제가 (우승) 경쟁을 못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컨디션이 좋다면 우승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제 윤이나는 정규투어에서 처음으로 가을 시즌을 맞는다. 그는 “하반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코스가 많아 다음주부터 주어질 2주간의 ‘방학’ 동안 답사 라운드를 많이 잡아놨다”며 “체력적으로 더 보완해서 하반기에도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선=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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