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판'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당 쪼개질라" 걱정도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불과 11일 앞두고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 사이에 거친 폭로와 비방전이 이어지면서 '자해' 수준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나서 자제를 촉구했지만 당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의 입씨름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요즘 국민께 제일 걱정을 많이 끼쳐드리는 게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려온다"며 과열된 전당대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추 원내대표는 "많은 당원과 국민이 지금 전당대회 갈등 양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며 "후보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 캠프에서도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에 따르면 당원이 아닌 당협 등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최근 이 규정이 무시되는 것 같다. 전당대회 선관위는 엄정하게 다스리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당권 주자들의 극한 대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4선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 작금의 전당대회가 '살리는' 전당대회, '보수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당대회가 맞나. 오히려 당의 분열과 붕괴를 야기하고 있지는 않나"라며 "더 이상 당을 분열의 수렁으로 밀어 넣지 말라. 쇄신과 발전을 위한 비전 경쟁으로, 당의 미래를 이끌어 달라"고 적었다.
앞서 선관위는 최근 후보 간 마타도어(흑색선전)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전날 밤 회의를 열어 비방전의 중심에 있는 원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에 주의 및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금 본인들이 망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당에도, 당에 대한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선관위에) 이에 대한 항의가 많다"고 밝혔다.
전당대회까지 열흘 이상 남은 만큼 후보 간 갈등은 지금보다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당 내부에서는 주의 및 시정명령 조치보다 더 강한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특정 후보가 3회 이상 경고를 받거나 윤리위에서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등 징계를 받게 되면 자격이 상실된다. 당 윤리위는 13일 간담회를 열고 공개 경고 메시지 등을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우려에도 당권주자들은 이날도 경쟁후보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나 후보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경쟁자인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나 하나 살자고 '당무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금기어를 쏟아내면서 대통령과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더불어민주당에 앞장서서 탄핵 구실을 갖다 바치는 후보, 이런 당 대표는 탄핵을 막기는커녕 우리 당을 무장해제 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언론에 말할 때도 깜짝 놀랐다"는 나 후보 발언에 "'당무개입'이 문제없다고 생각하느냐. 비슷한 것 당하지 않았나"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합동연설회에 앞서 나 후보는 한 후보와 원 후보를 향해 각각 '무면허 운전'과 '난폭 운전'으로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원 후보나 한 후보의 격돌이 너무 지나쳐서 두 사람 중의 하나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지겠다 하는 정도"라며 "원 후보는 요새 지지율 때문에 멘붕이 왔는지 난폭 운전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사과문자 무시에 대해선 "자기 이익을 위해서 당과 여권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무면허 운전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원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열차는 벌써 출발했는데 바보같이 아직도 채상병 특검법 받아야 한다고 한다"며 "채상병 특검법이 뭐겠나. 뭐라도 걸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한동훈 후보도 맞불을 놨다. 한 후보는 이날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원 후보가 제기한 사천·여론조성팀·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관련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식의 원 후보 행태 같은 것은 국민들께서, 우리 당원들께서 가장 보기 싫어하시는 장면"이라며 "오히려 (방송토론을) 보고 국민께서 원 후보만 한심하게 생각하시면 모르겠는데 국민의힘을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두 번째 방송토론에서 원 후보가 "여론조성팀, 사천(私薦),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3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공세를 퍼부은 데 대한 반박이다.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과 친한(친 한동훈 후보)으로 대변되는 계파 갈등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표적 친윤 인사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론조성팀에 전현직 공직자가 관여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진행자가 '소위 여론조성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현직 공무원이라는 얘긴가'라고 묻자 "현직일 수도 있고 전직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앞서 장 전 최고위원은 전날 당 대표 후보자의 2차 방송토론을 앞둔 시점에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 관계자에게 받은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라고 주장하며 관련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엔 "장관(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님께도 보고드림"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그 당시 법무부 장관이든 한동훈 개인을 위한 댓글팀은 없었다는 것이 명확한 입장"이라며 "지금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당대회를 철 지난 색깔론, 흑색선전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대구=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대구=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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