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스텔라데이지호에 준 선물

2024년 7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선박 결함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회장의 실형 확정 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을 숨기고 운항을 강행하다 결국 침몰 사고를 낸 선사 회장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세월호 참사 뒤 강화된 선박안전법(제74조 1항)을 위반해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024년 7월11일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춘만 해사본부장은 징역 8개월에 추징금 1천만원, 폴라리스쉬핑 법인은 벌금 1500만원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선박안전법 74조 1항의 ‘감항성 결함’은 선박이 자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능력으로서, 일정한 기상이나 항해 조건에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성능이 부족하거나 완전하지 못한 상태를 말하고, 중대한 결함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는 2017년 3월 남대서양 해역에서 배가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김 회장을 비롯한 선사 관계자들은 배의 횡격벽이 휘어지고 평형수 탱크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감항성 결함’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해양수산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김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판결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또 불복했으나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김 회장은 헌법재판소에도 개정된 선박안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2024년 6월 기각됐다.

누구든지 선박 결함을 발견하면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선박안전법 제74조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부모들이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다. 실종자 가족을 포함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304명의 희생자들을 기억한다.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서 생명 존중과 안전사회 건립을 위해 투쟁하는 유가족들께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