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평생에 걸쳐 읽을 고전을 젊은 시절에 발견해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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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두 번째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가는 '일본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였다.
'읽는 인간'은 오에가 작품의 생산자가 아닌, 독자이자 애서가로서의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오에는 "평생에 걸쳐 읽을 고전을 젊은 시절에 발견해두라"고 쓴다.
점찍어 뒀던 고전이 손에서 멀어져 갈 순 있어도 미리 정해두면 언젠가 그 책을 읽게 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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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두 번째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가는 '일본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였다. 1994년 노벨 메달을 손에 쥐었으니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오에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에서 인정받은 이유는, 그의 노벨상 수상 이력만은 아니었다. 극우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았던 전후(戰後) 일본문학의 물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오에는 받는다. 그는 일본의 천황제를 비판했고, 천황 대신 민주주의의 편에 섰다. "일본은 여전히 사과가 부족하다"고 일갈한 점도 오에 사상을 축약한다.
'읽는 인간'은 오에가 작품의 생산자가 아닌, 독자이자 애서가로서의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그의 삶에서 출발은 언제나 책이었다. "인생은 때로 책으로 인해 향방이 결정된다"는 그의 유명한 말이 바로 책 '읽는 사람'에 담겨 있다.
이 책의 중심 테마는 두 가지다. 바로 재독(再讀)과 문체. 먼저 오에는 질문한다. '왜 독자는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까?'
처음 펼친 모든 책은 미로에 가깝다. 오에는 이를 "언어의 라비린스"로 부른다. 인물이 어디로 갈지, 무슨 갈등이 생길지 독자는 모른다. 우리는 인물의 '뒤통수'를 보며 미로를 따라갈 뿐이다.
하지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순간, 미로의 출구를 찾는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이 보인다. 초독(初讀)은 어려움과 고통을 해소하는 행위다. 반면 재독은 출구의 방향을 인지한 상태에서의 길 찾기다.
오에에 따르면, 재독은 해방감과 상쾌함을 준다. 독서가 작가가 만든 언어라는 구조물의 복도를 걷는 체험이라면 재독은 복도에 숨겨졌던 단서나 증거를 찾아내는 온몸의 행위가 된다.
다음은 문체. 책에 따르면 문체란 "소설의 근원적인 톤"이자 "음악으로 치면 선율"과 같은 무엇이다. 문체는 작품 전체의 감정을 지배한다. 문체에는 소설가(작가)가 인간을 응시하는 하나의 견해가 담긴다.
문체는 작가가 세상과 인간을 보는 본연의 자세와 연결된다.
나아가 독서는 작가가 가진 문체를 발견하는 행위다. 작가는 자기 안의 문체를 확인하기 위해 집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오에는 "평생에 걸쳐 읽을 고전을 젊은 시절에 발견해두라"고 쓴다.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고 떠날 수 없다는 한계성 때문일 것이다. 점찍어 뒀던 고전이 손에서 멀어져 갈 순 있어도 미리 정해두면 언젠가 그 책을 읽게 되지 않던가.
최근 한국에선 오에의 다섯 권짜리 컬렉션이 번역 출간됐다. 여기에 오에가 남긴 한 문장은 이렇다. "작가는 언어의 광물 표본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땅속 깊은 곳, 어두운 곳에 묻혀 있는 광맥 전체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작가가 쓴 '미로, 어둠, 광맥'이란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촛불, 그것이 책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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