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저출생 이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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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 중 가장 눈에 띈 대목은 금리 이야기보다 최저임금 차등화 얘기였다.
금리 얘기는 너무 뻔했다.
반면 최저임금 이야기는 '파격'이었다.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사도우미를 사적 계약을 통해서 데려올 경우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국제노동기구에서 공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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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 중 가장 눈에 띈 대목은 금리 이야기보다 최저임금 차등화 얘기였다. 금리 얘기는 너무 뻔했다. 원화값 약세는 임계점에 달했고, 가계부채도 폭발하고 있는 반면 자영업자 경기 상황은 심상찮으니 굳이 자세히 안 봐도 결론은 '중립'이었다.
반면 최저임금 이야기는 '파격'이었다.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사도우미를 사적 계약을 통해서 데려올 경우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국제노동기구에서 공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나온 발언에 격한 공감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으로 살짝 '반등'한 이후 10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연전연패가 이어지고 있는 저출생 대책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 인구구조 격변이라는 '대재앙'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궂은일을 할 사람이 없어 제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벌써 심각하다. 이대로 간다면 온 나라가 쓰레기 더미에 깔려도 치워줄 이조차 구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제대로 된 대책은 아무도 세우지 않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임금을 차등화하는 것이 국제적 망신인가? 이렇게 물어보자. 당신이 나중에 요양병원에 누워 있을 때 간병인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아마 비용 감당은커녕 간병인을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아이 한 명 낳았는데 부모가 동시에 아프면 그 아이는 한 번에 양친을 모두 간병할 수 있을까. 제 부모조차 돌볼 여력이 없는데, 억만금을 준다 하더라도 남의 부모를 간병할 수 있을 턱이 없다.
세금은 누가 내줄까. 연금은 무슨 돈으로 충당할까. 건강보험재정은 견디기나 할까. 끝없는 재앙이 잇달아 찾아올 것이다. 한가하게 아름다운 원칙을 논할 때가 아니다. 저출생 이후의 세계에 찾아올 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을 속히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현세대는 '단물'만 빨 줄 알았던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낙인이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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