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의 횡단] 그 노인은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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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어르신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노인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5년 동안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이 가난하다(중위소득 50% 이하).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6.4명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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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어르신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무심코 들른 식당 문 앞에 적힌 문구였다. 식당 주인에게 이유를 묻자, 노인 무리는 언제나 시끄러워서 주변 손님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커피 한잔 시키고 하루 종일 자리만 차지한다며 출입을 금지하는 카페도 있다. '노인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지하철 1호선을 꺼리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노인은 죄인이 됐다. 노인은 '민폐'라는 인식이 만연하더니 최근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사고로 터져나온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들은 노인을 '흉기'로 매도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책임보험 가입 차량 기준 전체 사고발생률은 30세 미만(7.9%)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60세 이상의 경우는 전체 평균(4.7%)을 소폭 넘긴 5%였다.
노인은 다른 세대에 비해 쉽게 미움을 받는다. 볼품없고 나약해서다. 돈이면 다 되는 한국에서 노인은 특히 무력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노인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5년 동안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이 가난하다(중위소득 50% 이하).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전 세대 노인들에게는 '노후 대비' 개념이 없었다. 다자녀 가정이 흔했고 대부분이 외벌이였다. 월급은 모두 자식들 식비와 교육비에 써야 했다. 연금을 들었지만, 들어오는 돈은 턱없이 적다. 한국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6%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기대수명 80세, 정년 60세. 20년을 '개인기'로 메워야 하는데 써주는 데가 없다. 자영업에 도전하지만 절반 가까이가 파산한다(서울회생법원).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노인들의 지옥이 여전한 것은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다. 대부분은 아직 노인인 적이 없기에 그럴 수 있다. 노인들이 시끄러운 이유는 배려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덥석 팔을 붙잡는 이유는 무례해서가 아니라 균형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이며, 체취가 강한 것은 안 씻어서가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혐오와 무관심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람이 언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지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연구했다. 뒤르켐에 따르면 인간은 본인이 사회와 연결되지 못했다고 느낄 때 제 손으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6.4명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2021년 국내 고독사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절반(47.5%)에 달했다(보건복지부).
평생을 일한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퇴직 후 빈곤에 빠지는 나라, 그래서 다음 세대로부터 존재를 거부당하는 나라, 결국에는 자살을 선택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노인들의 경제력을 현실적인 수준까지 보장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식되게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어느 날 당신도 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식당에서 먹을 수 없게 된다. 현재 노인의 모습이 높은 확률로 우리의 미래가 된다. 늦지 않게 '노인을 위한 제도'를 말해야 하는 이유다.
[김상준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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