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호의 세계명반산책] 파리올림픽과 장미셸 자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달 26일부터 열리는 파리올림픽 이야기가 무성하다.
장미셸 자르는 1976년작 'Oxygene'과 1978년 작 'Equinoxe'가 쌍끌이 히트를 견인하면서 유럽 전자음악을 대표하는 인물로 급부상한다.
장미셸 자르는 국적을 초월하는 음악 올림픽을 'Zoolook'이라는 신시사이저 팝을 통해 실현해냈다.
이 해에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열렸다면 장미셸 자르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달 26일부터 열리는 파리올림픽 이야기가 무성하다. 우선 개막식이 센강 일대에서 치러진다. 근대 올림픽 128년을 통틀어 최초로 경기장 외부에서 열리는 행사다. 이에 따른 교통 혼잡과 통행 인증에 관한 프랑스 시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 여기에 일부 수영대회를 개최할 센강의 오염도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상존한다. 마지막으로 개막식 테마 음악에 관한 이견이 끊이지 않는다.
5월 9일 마르세유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시행한 성화 봉송 기념식에서 파리올림픽 테마 음악이 최초로 등장했다. 해당 음악을 만든 빅토르 르 마스네는 20년 전 일렉트로 팝 듀오 '우스 드 라켓'의 멤버였다. 문제는 이 곡이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가 참여한 영화 '쥬라기 공원' OST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표절 의혹에 대해 빅토르 르 마스네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며 테마 음악에 어울리는 다른 뮤지션이 떠올랐다. 바로 프랑스 진보음악의 대부로 알려진 장미셸 자르였다. 그의 사운드는 한국의 방송과 광고 배경음악으로 활용되었다. 1948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장미셸 자르는 재즈와 클래식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는 20대 초반 독일 출신 현대음악가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의 스튜디오에서 협업한 경력을 바탕으로 1972년부터 OST, 방송, 광고, 연극음악 등에 참여한다.
장미셸 자르는 1976년작 'Oxygene'과 1978년 작 'Equinoxe'가 쌍끌이 히트를 견인하면서 유럽 전자음악을 대표하는 인물로 급부상한다. 1984년에는 '매력적인 이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Zoolook'을 발표한다. 이 앨범은 보컬에 아방가르드 예술가 로리 앤더슨, 기타에 후반기 킹 크림슨에 합류했던 에이드리언 벨루, 베이스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Star People', 'Tutu' 제작을 함께한 마커스 밀러가 참여했다. 이미 1982년작 'Big Science'에서 중성적인 보이스를 들려준 로리 앤더슨은 앨범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Zoolook'의 감상 포인트는 인류의 목소리와 전자음악의 놀라운 조화다. 장미셸 자르는 다국 언어를 샘플링하여 오케스트레이션처럼 활용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한다. 민속음악에 대한 놀라운 접근을 시도한 'Zoolook'은 아랍어, 발리어, 벵골어, 피그미어를 포함한 25개국 언어를 16개에 달하는 전자기기와 융합시킨다. 장미셸 자르는 국적을 초월하는 음악 올림픽을 'Zoolook'이라는 신시사이저 팝을 통해 실현해냈다.
한편 그의 아버지인 모리스 자르는 영화 '사랑과 영혼', '죽은 시인의 사회', '위트니스'의 배경음악을 담당한 인물이다.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로 유명한 모리스 자르는 거대 서사에 어울리는 OST에 능한 뮤지션이다. 배우 해리슨 포드와 켈리 맥길리스가 열연한 '위트니스'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아미시 교도들과 건축 작업을 마무리하는 장면이다. 이 순간에 등장하는 전자음악은 아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모리스 자르의 일렉트로닉 OST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이 열린 1984년 한국 대표팀은 종합 10위를 달성한다. 이 해에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열렸다면 장미셸 자르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음반 전체가 거대한 실험처럼 다가오는 'Zoolook'은 그의 중반기 걸작 앨범이다. 미래지향적이며 미니멀한 음반 재킷 또한 매력적이다.
[이봉호 문화평론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청약통장 보던 아내가 서럽게 울었다”...가점 쌓은 40대, 신생아에 밀려 - 매일경제
- 박지성, 홍명보·정몽규 작심 비판…“사퇴 여부 스스로 선택해야” - 매일경제
- “만기 채우면 원금 2배 준다”…오늘부터 딱 3일만 더 판다는 이 상품, 장기투자자 관심 - 매일
- [단독] 4500억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취소…“허위주주명부로 허가 취득” - 매일경제
- “64세 노인 노트북서 5600개 아동 음란물 쏟아졌다”…알고보니 베스트셀러 작가 - 매일경제
- 만화방에 간 중년 남녀, 옷 하나 둘 벗더니…“성욕이 뇌를 지배한 걸까” 업주의 한탄 - 매일경
- “이건 윤석열을 김정은이라고 한 셈”...바이든, 최악의 말실수 - 매일경제
- “월 400만원씩 외가에 줬다”…군 입대 앞둔 아들 고백에 김구라의 반응 - 매일경제
- “장투하려 했는데 웬 날벼락”…지배구조 개편 깜짝 발표에 ‘이 회사’ 주주들 어리둥절 - 매
- “국대출신 현역 야구 선수, 여친 있는데 임신·낙태 요구” 충격...제2의 허웅 사태?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