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더 많은 정보보다 단 하나의 지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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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다를까.
"이 시대엔 멀리에서 오는 지식이 아닌, 바로 다음에 일어날 일의 단서를 제공하는 정보만이 사람들 공감을 얻는다."
가까이에서 외치는 호객꾼의 정보보다 멀리에서 속삭이는 현자의 지식에 더 자주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이리저리 기웃대는 대신,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지식이 이 혼란한 시대에 우리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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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다를까. '서사의 위기'(다산초당 펴냄)에서 한병철 교수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말을 빌려 둘을 구별한다. "이 시대엔 멀리에서 오는 지식이 아닌, 바로 다음에 일어날 일의 단서를 제공하는 정보만이 사람들 공감을 얻는다."
지식의 특징은 원격성, 즉 길고 느리게 머무르는 시선이다. 지식은 즉각적인 반응과 판단을 멈추고, 어떤 일을 차분히 살핀 후에 생겨난다. 사건을 전체와 연결해 이해하려면 반드시 이런 휴식과 휴지가 필요하다. 천천히, 충분한 사유를 깃들여 말할 때, 우리는 현상을 시간의 서사, 즉 삶의 의미와 목적이 담긴 이야기로 고쳐 쓸 수 있다. 지식엔 한 개인과 공동체를, 한 사건과 다른 사건을 서로 연관 짓고 맥락 잡아 설명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보의 특징은 무간격성이다. 정보는 순간에 붙잡혀 있다.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에만 가치가 있기에, 정보는 누군가 주목한 다음엔 곧장 가치를 잃는다.
따라서 정보에는 맥락도, 역사도, 이야기도 깃들지 않는다. 정보 매체는 모두 코앞의 일을 재빨리 조잘댄 후 곧바로 눈길을 돌려 다음 일을 떠벌이기 바쁘다. 주목 경제의 도구인 SNS의 구조는 정보의 본질을 선연히 보여준다. 그 타임라인엔 맥락 없는 파편적 사건이 한없이 흘러가면서 '좋아요'나 '하트'를 기다릴 뿐이다. 정보는 단지 세상을 눈앞에 전시하려고 분주하다.
지식은 기억되지만, 정보는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학창 시절 읽는 소설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수십 년 후에도 생생히 생각나는데, SNS에서 매일 접하는 수많은 정보는 휘발된다. 하루만 지나도 대부분 잊히고, 일주일 후엔 거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정보는 자극의 형식으로 순식간에 생산되어 소진될 뿐, 우리 내면에서 다시 발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워도 시간의 시련을 전혀 이기지 못한다.
지식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기억의 회로를 풍부하게 하지만, 정보는 오직 망각의 회로만을 따라서 흘러간다.
아무리 많은 정보도 우리 눈을 지치게 하고, 우리 정신을 고갈시키며, 우리 주의를 흩트려 놓을 뿐, 우리 삶을 충만하게 하지 못한다. 우리에겐 순간과 영원을, 벌어진 일과 역사를, 현재와 미래를, 무질서와 질서를, 무작위와 맥락을, 충격적 사건과 느린 사유를 연결하는 힘이 필요하다. 가까이에서 외치는 호객꾼의 정보보다 멀리에서 속삭이는 현자의 지식에 더 자주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이리저리 기웃대는 대신,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지식이 이 혼란한 시대에 우리를 구원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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