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경제는 정말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걸까

2024. 7.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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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결과 분석해보니
경제상황 따른 영향은 미미
대통령 비전·안보 변수 더 중요
지역주민 먹고사는 문제 걸린
총선에는 영향력 비교적 커

어느 나라에서나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성장과 물가와 같은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도 있겠지만 우선 급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재빠른 정치인들은 선거 때까지 경제의 경로를 바꾸어 자신의 선거에 유리하게 영향을 주려고 한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현직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는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호통을 쳤지만(그래도 연준이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인 트럼프는 연준이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금리를 내리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정치적 경기순환 이론(political business cycle theory)으로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은 공무원들을 압박하여 모든 국민에게 현금 나눠 주기와 같은 선심성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경제가 원래 가려던 방향을 억지로 튼 것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 경제를 더 출렁거리게 할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경제 상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걸까?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거의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데이터 분석을 하여 보자. 맨 먼저 대통령 선거가 궁금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이전의 경제 상황이 정권 교체에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자.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5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보수와 진보 사이에 3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다.

오른쪽 표에서 대통령 선거 이전의 성장률 변화와 인플레이션 변화가 보이고 있는데 각각의 변화에 따라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면 'Yes'로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전 대통령 시절에 성장률이 감소하여 실망한 유권자들이 정권 교체로 투표하였다면 Yes인 것이다. 성장률의 변화로 인한 정권 교체는 단 한 번 발생하였는데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2022년 대통령 선거 때이다. 인플레이션의 변화로 인한 정권 교체 역시 단 한 번 발생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의 선거였다. 대통령 선거만 놓고 본다면 호황과 불황 같은 경기 상태와 인플레이션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똑같은 분석을 국회의원 선거에 대하여 해보자. 대통령 선거와 다르게 경제 상태는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꽤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같은 표에서 국회의원 선거 이전의 성장률 변화와 인플레이션 변화가 보이고 있는데 그 변화에 따라 다수당의 교체가 일어났다면 Yes로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여 유권자들이 화가 나서 다수당이 교체되었다면 Yes인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장률의 변화로 인한 다수당 교체는 다섯 번의 선거에서 세 번이나 발생하였는데 2008년, 2016년, 2020년 선거에서였다. 인플레이션의 변화 역시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2012년 이후 네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다수당 교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경제 상황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은데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는 상당히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더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간단한 분석은 복잡한 정치 현실을 너무나 단순화하였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분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에서 생각해보면 대통령 선거에서는 경제 문제 외에도 국가의 비전이나 국방 같은 요인들이 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 주민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보다 국회의원 선거가 더 자주 있어서 변하는 경제 상황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결과에 불안감이 높아진다. 위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만들어내는 정치적 경기 순환을 계속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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