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예방 댄스챌린지, 되레 학폭 조장?…현장교사들 우려 목소리
SNS 통한 캠페인으로 학생들 간 갈등 단초 제공 걱정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진행 중인 댄스챌린지 캠페인이 오히려 학교폭력 유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학교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학교폭력 예방 문화 조성을 위한 '학교폭력제로 캠페인과 댄스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이 중 댄스챌린지는 학생의 자발적 참여와 학생, 학급·동아리, 학교, 기관·단체, 주민 등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도교육청이 제작한 학교폭력제로 뮤직비디오를 보고 20초 분량의 댄스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댄스챌린지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인터넷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영상을 공개할 경우 자칫 학생들 간 시비가 붙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현장교사들은 걱정하고 있다.
화성지역에 소재한 한 고교 1학년 담임교사는 "최근 어느 학생이 SNS에 별거 아닌 본인의 일상을 공유했다"며 "그런데 평소 해당 학생을 마음에 안 들어 했던 다른 친구가 비난성 댓글을 달고, 친한 친구들에게 이를 캡쳐해 합성시켜 유포하는 등 불법 캡쳐본이 다른 카톡방까지 확산돼 2차 피해까지 당한 후 학폭신고가 들어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대부분의 학폭이 SNS에서 시작되거나 기존 문제가 SNS를 통해 더 불거진다"며 "한참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댄스는 더 말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학생부 교사는 "어른들의 시선에서 애들을 보면 안 된다"며 "학교에서 축구시합만 해도 난리가 난다. 어떤 애가 골을 제대로 막지 못해 자신의 팀이 지게 되면 '쟤는 뭐야, 쟤 때문에 졌다' 등 조롱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또 "댄스를 진짜 잘 추는 애가 나와서 멋지게 해내면 좋겠지만 아이들은 순수한 의미로 댄스에 참여했다가 SNS를 돌려보며 '춤도 못 추는 게 이런 데 나갔어' 등 조롱성 인신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크다. 조롱이 아니더라도 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갈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학교폭력 담당 교사는 "도대체 댄스챌린지와 학폭 예방이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좋은 사례일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학폭 예방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걸로 공문을 통해 교장·교감들에게 학교별 참여를 독려하면 관리자들은 교사를 압박하며 춤 출 수 있는 애들을 모아볼 것을 지시할 것"이라며 "그럼 교사들은 애들을 설득해 댄스를 추게 하고, 그 과정에서 아마 대부분의 학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 학교의 현장교사들이 이같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댄스챌린지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최근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위 '사이버 불링'(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따돌림과 갈취) 피해를 우려해서다.
교육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2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급별 학교폭력 피해 응답율은 언어폭력(41.5%), 신체폭력(16.4%), 집단 따돌림(12.8%), 사이버 폭력(8.4%) 등 순을 보였다.
사이버 폭력 유형은 사이버 언어폭력(39.8%)이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사이버 따돌림(17.0%), 사이버 명예훼손(16.7%), 사이버 강요(6.8%), 사이버 스토킹(5.8%), 사이버 개인정보 유출(5.7%) 등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자 경기교사노조 측은 최근 한 차례 관련 부서에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 챌린지는) 자발적으로 학교 폭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저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하는 행사"라며 "지금 저희가 160개 팀, 1800명 넘게 참가하고 있다. 참가 학교나 선생님들께서 좋은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챌린지 참여방법도 유튜브나 SNS에 올리는 것 외에도 구글폼으로 제출해도 된다"며 "게다가 챌린지만 하는 게 아니고 오프라인에서 학교폭력 제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안내만 해도 된다. 따로 학교별로 참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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