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왓챠의 부활, 비결은 '올드 무비'

김주완 2024. 7.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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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에 몰렸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다른 OTT에 없는 콘텐츠를 '왓챠 추천'을 통해 이용자에게 권하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며 "이용자가 왓챠 추천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왓챠가 국내 OTT 중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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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드
왓챠, 5월 창사 첫 흑자 추정
임직원 줄이고 주요 자산 매각
보유 영화, 넷플릭스의 15배
고전 작품 모아 마니아층 공략
국내 OTT 첫 年 흑자 낼지 주목

폐업 위기에 몰렸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과다. 서비스하는 영상 수를 최대한 늘려 마니아 고객을 끌어모으는 경영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자 탈출 위해 몸집 줄여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창사 후 처음으로 지난 5월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 수천만원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왓챠는 계속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규모는 2020년 155억원에서 2022년 555억원까지 불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2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 이상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은 2022년 734억원에서 지난해 438억원으로 감소했다.

왓챠의 실적 악화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등 국내외 경쟁 서비스의 공세에 밀린 영향이 크다. 최근 왓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50만~6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왓챠는 추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금 유치를 추진했고, 지난해에는 LG유플러스와 회사 매각 협상도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왓챠는 재무적 위기를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정면 돌파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왓챠는 지난해 자체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위해 확보한 시나리오 등 지식재산권(IP)을 대부분 매각했다. ‘이태원 클라쓰’ 등 인기 드라마의 OST를 제작한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인 자회사 블렌딩의 지분도 팔았다. 서울 마포구의 왓챠홀 등 음악 공연장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건비와 사무공간 비용을 대폭 줄였다. 직원은 지난해 8월 260여 명에서 현재 80여 명으로 감소했다. 서울 강남역 근처 등의 사무실 규모는 다섯 개 층에서 한 개 층으로 줄였다.

 ○대중 아닌 마니아 공략

넷플릭스, 티빙 등 대형 OTT 등의 전략은 ‘집중과 선택’으로 요약된다. 가능성이 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자금을 쏟아부어 고객몰이를 하는 게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이다. OTT업계를 ‘쩐의 전쟁터’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왓챠의 전략은 정반대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제공한다. 영화만 보면 넷플릭스보다 15배 이상 많다. 다양한 성향의 마니아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다. 제공하는 작품 대부분은 저렴한 비용으로 구할 수 있는 과거 콘텐츠들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다른 OTT에 없는 콘텐츠를 ‘왓챠 추천’을 통해 이용자에게 권하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며 “이용자가 왓챠 추천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옛날 콘텐츠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12월 시작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왓챠 개봉관’을 통해 극장에서 상영 중인 콘텐츠를 판매한다. 이 코너는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되고 있다. 구독료와 별개로 VOD 시청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옛날 영화를 보기 위해 왓챠를 구독한 고객은 충성도가 상당한데, 이들 중 상당수가 추가 비용을 치르고 왓챠 플랫폼에서 개봉 영화를 즐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선 왓챠가 국내 OTT 중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420억원과 791억원 적자를 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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