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탈곡기'로 종량제 쓰레기서도 50% 자원 재활용

유주희 기자 2024. 7. 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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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에 담긴 일반 쓰레기에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 50%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조일호 씨아이에코텍 대표는 '쓰레기 탈곡기' 전도사다.

씨아이에코텍의 이러한 기술력은 '의성 쓰레기 산' 사건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다.

조 대표는 "설비·설치 비용은 씨아이에코텍이 부담하되 선별한 쓰레기 자원을 씨아이에코텍이 수익화하는 구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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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아이디어로 '쓰레기 다이어트' 실천한 기업들]
◆ 씨아이에코텍 '타격식 복합선별기'
탈곡기 원리로 폐비닐 등 분리해
절반 이상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
의성 쓰레기산 20개월만에 정리
20.8만톤 폐기물 중 70% 재활용
의성 쓰레기산 처리 전과 후. 당초 완전한 처리에 7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씨아이에코텍의 쓰레기 선별 기술력으로 20개월 만에 해결했다. 쓰레기 20만 8000톤 중 70.6%는 재활용됐다. 사진 제공=씨아이에코텍
의성 쓰레기산 처리 전과 후. 당초 완전한 처리에 7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씨아이에코텍의 쓰레기 선별 기술력으로 20개월 만에 해결했다. 쓰레기 20만 8000톤 중 70.6%는 재활용됐다. 사진 제공=씨아이에코텍
[서울경제]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일반 쓰레기에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 50%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조일호 씨아이에코텍 대표는 ‘쓰레기 탈곡기’ 전도사다. 씨아이에코텍은 곡식의 낟알을 털어내는 탈곡기에서 착안해 2012년 ‘타격식 복합 선별기’ 특허를 확보했다. 고속 회전하는 130개의 타격 날로 분당 1200번 타격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음식물 묻은 비닐봉지처럼 과거 매립·소각됐던 쓰레기를 깨끗이 털어 재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조 대표는 “타격하는 과정에서 깨진 병·도자기·섬유류처럼 무거운 물질은 아래로 떨어지고, 가벼운 비닐류나 플라스틱만 걸러낸다”며 “이후 다시 비중 선별로 가벼운 비닐과 플라스틱을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타격식 복합 선별기 외에도 씨아이에코텍에서 특허를 보유한 파쇄 선별기, 분쇄 건조기, 저온 건조기 등을 거쳐 보다 정교한 쓰레기 선별이 마무리된다.

씨아이에코텍의 이러한 기술력은 ‘의성 쓰레기 산’ 사건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다. 20만 8000톤의 불법 폐기물이 3층 건물 높이로 쌓여 있었던 경북 의성군 쓰레기 산은 미국 CNN 방송이 보도하면서 이슈화된 곳이다. 당초 완전히 치우는 데 7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씨아이에코텍의 쓰레기 선별 기술로 20개월 만에 쓰레기 산이 공터로 바뀌었다. 의성군은 쓰레기 산이 사라진 자리에서 생태 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20만 8000톤의 쓰레기 중 70.6%가 시멘트 보조 연료 등으로 재활용됐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1450~20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만드는데 이 정도의 열량을 발생시키면서 석유보다 저렴한 연료가 유연탄이다. 그러나 유연탄은 탄소 배출량이 높다는 점, 전량을 호주·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해 쓴다는 점이 문제였다. 조 대표는 “비닐·플라스틱은 유연탄만큼의 열을 발생시키면서도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은 적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의 탄소 규제에 부응해야 하는 국내 시멘트 업계로서도 반가운 대목이다. 유럽 시멘트 회사들의 경우 폐비닐·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순환 자원 연료 비중이 전체 연료 사용량의 최고 90%에 달한다.

쓰레기봉투에서 구출한 폐비닐·폐플라스틱은 이 밖에 열분해유 생산, 에너지 회수 등의 용도로 쓰인다. 열분해유는 석유 원료로 생산한 비닐·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되돌리는 기술이고 에너지 회수는 폐비닐·폐플라스틱을 태워서 난방, 전력 발전 등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폐비닐·폐플라스틱을 단순 폐기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조 대표는 “설비·설치 비용은 씨아이에코텍이 부담하되 선별한 쓰레기 자원을 씨아이에코텍이 수익화하는 구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전국적으로 ‘쓰레기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서울은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쓰레기 감축이 시급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배출되는 폐비닐은 일일 730톤으로 이 중 402톤(55%)이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매립되는데, 이 물량만 재활용 자원으로 ‘구출’해도 쓰레기 처리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조 대표는 “서울 마포구처럼 쓰레기 소각장 건립 논란이 심한 지역일수록 소각장보다는 쓰레기의 양 자체를 줄이는 더 근본적인 대안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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