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데 소각되는 사무용 가구, 나눔으로 살린다

유주희 기자 2024. 7. 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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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책상·서랍은 평균 19년가량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9년 만에 폐기된다.

수십 수백 개의 사무용 가구와 물품을 한꺼번에 가져가려는 수요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혜를 받은 기관은 90곳, 자원多잇다를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는 10만 ㎏이 넘는다.

장 과장은 "개별 기업이 각자 ESG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러 기업이 힘을 합치면 훨씬 더 큰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CI)'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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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아이디어로 '쓰레기 다이어트' 실천한 기업들]
◆ 포스코와이드 '자원多 잇다'
19년 쓸 사무가구, 9년이면 폐기
소셜벤처 손잡고 나눔 플랫폼 개발
그룹사·신한금융 등 참여 이끌어
2년간 온실가스 10만㎏ 이상 감축
강원도 강릉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기관인 갈바리의원은 지난해 ‘자원다(多)잇다’를 통해 캐비닛 등 사무 가구와 물품을 교체했다. 갈바리의원 측은 “오래된 가구와 비품을 모두 바꾼 덕에 시설 환경이 쾌적해졌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포스코와이드
[서울경제]

사무용 책상·서랍은 평균 19년가량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9년 만에 폐기된다. 사무실을 옮기면서 멀쩡한 가구를 폐기하는 경우가 흔해서다. 가구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폐가구의 양은 연간 5000톤, 이 중 재활용되는 1% 미만을 제외하면 모두 소각된다. 포스코그룹의 종합 부동산 서비스 계열사인 포스코와이드는 업의 특성 덕분에 이러한 ‘자원 순환의 사각지대’를 남들보다 빨리 포착할 수 있었다. 사무용 물품만을 위한 나눔 플랫폼인 ‘자원다(多)잇다’를 2022년부터 운영해온 배경이다.

지난달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장채린 포스코와이드 기획지원실 과장은 “포스코와이드의 업으로부터 시작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인 데다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고 자원多잇다를 설명했다. 포스코와이드가 처음부터 ‘나눔 플랫폼’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중고 가구 업체를 통한 재판매도, 단순 기부도 쉽지 않았다. 수십 수백 개의 사무용 가구와 물품을 한꺼번에 가져가려는 수요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 과장은 “그러던 중 무료로 나눔을 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소셜 벤처인 그린웨이브와 손잡고 자원多잇다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첫해인 2022년에는 주로 포스코 그룹사들이 나눔에 참여했다. 지난해부터는 외부에도 적극적으로 알려 우리은행·신한금융·대교·한국경영인증원·국민건강보험 등 자원 순환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당장 나눌 물품이 없는 기업들은 사업비 후원, 창고 무상 대여, 운송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임직원의 지지도 뜨겁다. 그룹 차원의 봉사 활동 기간에 운송을 도와준다거나 수혜 기관에 필요한 가구를 계열사의 목공 봉사단에서 직접 제작해주기도 한다.

나눔 물품을 가져갈 수 있는 수혜 기관은 공공기관·비영리단체 등으로 한정했다. 자원多잇다 홈페이지의 후기 게시판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낡은 의자를 사용하다 사고가 날까 우려됐는데 튼튼하고 깨끗한 의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등의 감사 인사가 가득하다. 장 과장은 “최근에는 군부대들에도 소문이 퍼졌다”면서 “나눌 물량이 더 확보되면 국방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6월 말 기준으로 자원多잇다에서 나눔에 참여한 기관(중복 제외) 수는 17곳, 등록된 물품 수는 4550개, 나눔 완료된 물품 수는 4180개다. 수혜를 받은 기관은 90곳, 자원多잇다를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는 10만 ㎏이 넘는다. 포스코와이드는 탄소 감축량을 나눔 참여 기업들의 지속 가능 보고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이 탄소 감축에 기여한 만큼 탄소배출권으로 보상하는 시스템도 장기적으로 구상 중이다. 장 과장은 “탄소배출권은 당장 어렵더라도 스코프3 탄소 배출량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스코프3은 제품 생산과 사용, 폐기 과정까지의 탄소 배출량을 전부 계산하는 방식이다. 자원多잇다를 거친 나눔 물품이 실제 재사용되는 기간을 추적 조사하기 어렵다는 점이 현재 최대 난관이다.

장 과장은 “개별 기업이 각자 ESG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러 기업이 힘을 합치면 훨씬 더 큰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CI)’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상을 바꾸는 포스코그룹의 시너지(세포시)’라는 그룹의 ESG 슬로건에 담긴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자원多잇다가 더 많이 알려져서 더 큰 규모로 자원 순환이 이뤄지기를, 결과적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이연주 인턴기자 juya@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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