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대미문(前代未聞)과 전인미답(前人未踏)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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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前代未聞)과 전인미답(前人未踏)은 얼핏 같은 뜻 같지만 실은 많이 다르다.
전대미문은 좋은 일, 나쁜 일 모두에 쓰지만 전인미답은 좀 더 구체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을 때 긍정적으로만 사용한다.
우리 산업계는 꾸준히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온 반면 정치권에서는 수시로 전대미문의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 큰 전대미문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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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전대미문(前代未聞)과 전인미답(前人未踏)은 얼핏 같은 뜻 같지만 실은 많이 다르다. 전대미문은 좋은 일, 나쁜 일 모두에 쓰지만 전인미답은 좀 더 구체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을 때 긍정적으로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것은 전인미답이지만 전대미문이라고 하면 어색한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산업계는 꾸준히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온 반면 정치권에서는 수시로 전대미문의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어~" 하는 사이에 이재명 1당 체제가 된 것은 누가 보아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기 손으로 창당한 당에서도 없었던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민의(民意)와 동떨어진 지 오래다.
더 큰 전대미문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운 여당 대표 후보도 전대미문이지만 그에 반대하는 후보들이 오직 대통령에 대한 충성 운운하는 것 또한 전대미문이다.
이런 와중에 전대미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이 터졌다.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된 것이다. 게다가 그 내용은 해석 여하에 따라 지난 총선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었다.
일단 지난 1월 중에 그런 문자가 오간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대미문에 속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두 사람의 친분을 감안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내용이다. 물론 그 일은 대통령이 직접 결단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접어두고서다.
문제는 왜 당대표 선거가 한창인 지금 두 사람만의 대화가 이렇게 공개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개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건 김건희 여사 쪽이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이다.
역대 대통령 부인 중에서 대통령선거 때도 아니고 여당 당대표 선거에 이런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 어떤 식으로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던가? 단언컨대 없었다.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선거 때 "경인선" 운운한 적은 있지만 당대표 선거 때 뭔가를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여기서 '한동훈이 무례했다', '아니다. 김여사의 글은 사과에 무게가 실린 것이 아니었다'는 식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그들 사이의 부질없는 말싸움일 뿐이다.
국민이 놀라고 전대미문으로 생각하는 점은 왜 지금 대통령 부인이 개인적인 문자를 공개하고 또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가이다.
사실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등의 일이 터졌을 때도 당시 윤석열 후보는 사과 시점을 놓쳐 궁지에 몰린 적이 있다. 김 여사는 그때도 한 인터넷 매체와 상당히 부적절한 인터뷰를 했었다. 그때도 윤 후보가 무슨 조처를 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후 대통령이 돼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명품백 사건도 그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늦어도 한참 늦은 때에 방송에 나와 사과라고 할 수도 없는 사과로 넘어갔다.
김 여사가 빚어내는 전대미문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국민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 여사가 사고를 쳐도 자신은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구나!
국민 마음이 돌아선 것은 여기서 비롯됐다. 사과 여부가 중요치 않다는 것은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다. 문자 공개는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대통령과 국민의힘 앞에는 진정한 의미의 전대미문의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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