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뇌물공여' 김성태 실형…법원 "이화영 회유로 범행"(종합)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없다" 법정 구속은 면해
공범 이화영은 지난달 1심서 징역 9년6월 선고받아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억대의 뇌물을 공여하고 그의 부탁으로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2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뇌물공여,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선고공판을 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뇌물공여·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 중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목적으로 164만 달러, 도지사 방북비 대납 목적으로 230만 달러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수출한 점, 도지사 방북비로 가지고 나간 돈 중 200만 달러가 한국은행 총재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스마트팜 사업 비용 대납(500만 달러) 및 도지사 방북 비용(300만 달러) 목적으로 합계 800만 달러를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일부만을 유죄로 본 것이다. 이는 앞서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단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거나,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뇌물을 공여하고, 법인카드 및 차량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부정기부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인정된 액수는 뇌물 1억700여만원, 정치자금 2억1800여만원 등이다.
뇌물공여 혐의 중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 동안 법인카드를 지급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부분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봤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하기 전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점 등도 이 전 부지사가 "정치활동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공무원 직무의 불가매수성 및 그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훼손됐고,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해 그 죄질이 불량하다"며 "그 과정에서 쌍방울 계열사는 재산상 피해를 입었고, 범행에 동원된 직원들도 업무수행에 큰 장애가 발생했고,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게 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력 정치인과의 사적 친분 내지 관계 유지를 위해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시행해 투명하게 추진돼야 할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음성적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해 비난가능성도 높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초기 상당 기간 해외로 도피했고, 집행유예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만,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이화영의 요청 또는 회유로 이 사건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그룹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 제공, 측근에게 허위 급여 지급 등의 방법으로 3억3400여만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을 위한 비용 500만 달러,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도 받는다.
이밖에 뇌물 등 사건 보도가 이뤄지자 이 전 부지사 등과 공모해 쌍방울 직원으로 하여금 내부 PC 하드디스크를 파쇄 및 교체하도록 해 증거를 인멸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월 보석으로 나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선고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가 지난달 7일 진행됨에 따라 해당 사건과 연관된 김 전 회장의 혐의 일부를 분리해 이뤄지게 됐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쌍방울 측으로부터 억대의 뇌물 및 불법정치자금을 받고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 등)로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여원을 횡령하고 그룹 계열사에 약 11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했다는 기업범죄 관련 혐의 등에 대해서는 재판을 계속 이어간다.
한편,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 전 회장과 함께 재판받은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라 불린 김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결정 권한을 가진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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