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너무 오는데”···폭우 휩쓸린 쿠팡 카플렉스 기사, 산재보험 ‘사각지대’
폭우에 휩쓸려 숨진 40대 쿠팡 ‘카플렉스(쿠팡플렉스)’ 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취재 결과, 지난 11일 숨진 채 발견된 쿠팡 카플렉스 기사 A씨는 산재보험 없이 일했다. A씨는 지난 9일 경북 경산에서 폭우 속에 택배 배송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5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실종되기 전 동료에게 “비가 너무 와 배송을 못 하겠다”고 전화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A씨는 쿠팡에서 하루치 일감 계약을 맺는 카플렉스 기사로 일해 왔다. 카플렉스란 운전면허 보유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쿠팡의 일일 아르바이트다. 지원자들은 쿠팡 앱을 통해 지역과 날짜·시간대를 선택하고 배송 일감을 받고, 주로 자가용을 이용해 배송을 수행한다. 이들은 쿠팡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일종의 특수고용(특고)노동자라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카플렉스 기사들이 산재보험법상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택배기사’에 해당할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개정 산재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유통배송기사와 택배 지·간선기사 등 특고 택배기사들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하지만 현재 카플렉스 기사들이 확실하게 택배기사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택배는 ‘고객의 의뢰로 다른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것인데, 카플렉스 기사들은 쿠팡의 물건을 직접 배송하는 것이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카플렉서는 가끔씩 본인이 원하는 일자, 시간대, 물량에 따라 배송을 신청하고 소량의 물량배송을 위탁받아 본인의 자가용 차량으로 배송을 하는 분들”이라며 “관련 법령상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A씨가 쿠팡 관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돼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A씨가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정황도 있다. A씨는 본사에도 폭우로 배송이 어렵다고 했지만 본사는 ‘그 현장 말고 다른 곳부터 배송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권리이지만, A씨처럼 프리랜서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경우 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쿠팡 관계자는 “폭우로 배송이 어려운 지역의 배송중단을 사전에 안내했지만 안타깝게 실족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기상 관련 안전사항은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고, 악천후 미배송에 대한 어떤 불이익도 없다”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하며 유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쿠팡 노동자들이 복잡한 고용구조 속에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전국 쿠팡 캠프 위탁업체를 전수조사해 2만여명의 산재·고용보험 미가입을 적발했다.
쿠팡 캠프는 ‘간접고용-특고’가 주된 고용형태다.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위탁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위탁업체들이 다시 노동자들과 계약을 맺는다. 캠프 노동자들은 지휘·통제를 받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처럼 일한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며 사업소득세 3.3%를 떼면서 산재·고용보험을 미신고했다. 이처럼 노동자성을 부정하며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계약을 노동계는 ‘가짜 3.3’ 또는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이라고 부른다. 쿠팡CLS는 산재·고용보험 미가입에 대해 “노동자들과 계약한 위탁업체의 책임”이라며 “산재·고용보험 가입을 업체들에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청인 쿠팡CLS가 택배기사(퀵플렉스 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린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쿠팡CLS는 각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들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새벽배송 중 쓰러져 숨진 정슬기씨(41)를 비롯해 수도권·충북·경남 등지에서 많은 기사들이 쿠팡CLS 관리자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은 정황이 밝혀졌다. 쿠팡CLS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직접 사용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택배기사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 업무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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