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경찰 수사관’의 비밀은 무엇?…“‘마동석의 주먹’보다는 끈기와 집념”
흥행을 거듭하는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베테랑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는 범죄자를 때려 잡는 ‘화끈한 주먹’이 압권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베테랑 수사관은 어떤 모습일까.
조준택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의뢰한 ‘수사경찰 핵심역량모델 개발연구’에 참가했다. 수사경찰에 꼭 필요한 역량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였다. 조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이를 위해 11개 범죄 분야 수사관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경력 10년 이상의 책임수사관, 7년 이상의 전임수사관 등이었다. 연구 결과의 일부는 지난 4월 학술지 <범죄수사학연구>에 소개됐다.
2001년 경찰대에 입학해 약 17년 간 경찰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그를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 팀원들의 수사 역량에 차이가 있어 고민했던 경험이 이번 연구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근래 들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의미로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 중인데 조 연구위원의 연구는 마치 ‘육각형 수사관’을 찾는 작업으로 보였다. 우선 베테랑 수사관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핵심 역량을 뽑아냈고, 설문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했다. 일부 경찰 분야에 대한 역량 모델 연구는 있었지만, 거의 모든 수사 분야에 걸쳐 역량 모델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컨대 살인 사건 등 신속한 범인 검거가 필요한 강력범죄수사에서 핵심 역량 1순위는 ‘피의자 검거를 위한 추적수사 능력’이었다. 반면 다양한 범죄 신고를 다루는 형사범죄수사에서 핵심 역량 1순위가 ‘피의자 특정 및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수집 및 분석 능력’이었다.
여성청소년범죄수사에서는 다양한 특별법과 판례에 대한 지식이 핵심 역량 1순위로 여겨졌다. 아동 및 장애인과 같은 특수한 피해자의 진술 증거를 통해 피해 사실을 특정하는 능력 역시 중요했다.
다른 수사 분야도 1순위 핵심 수사 역량이 달랐다. 지능범죄는 강제수사 능력, 경제범죄는 고소 및 고발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쟁점파악능력, 조직폭력범죄는 범죄인지를 위한 폭력조직에 대한 정보망 관리 및 첩보수집 능력이 1순위로 갖춰야 할 능력이었다.
조 연구위원은 “오랜 경험을 갖춘 수사관들은 이런 역량을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지만, 경험이 부족한 수사관은 이런 능력이 필요한 것인지, 무엇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역량을 세분화해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돼 교육과 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관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끈기, 친절함, 공정함 등은 따로 분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베테랑 수사관에겐 공통적인 태도들이 보였다. 조 연구위원은 “인터뷰한 수사관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분들이었는데, 다들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늘 주의하는 게 느껴졌다”며 “또 어떤 증거나 자료를 보면서도 무언가를 발견해내는 관찰력, 어렵더라도 의문의 꼬리를 계속 물고 확인해 가는 집념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쉬운 길로만 가지 않고 어렵더라도 다양한 것들을 확인해 가는 것인데,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예리한 수사관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만난 수사관 중 ‘마석도’ 같은 캐릭터는 얼마나 있었을까. “그런 분들은 없었어요.” 조 연구위원이 웃으며 말했다. “적당히 다부진 체격의 분들은 있었지만, 마동석씨처럼 거대한 몸집은 없었어요. 그래도 끈질긴 태도와 성격이 말과 행동에서 은연중에 드러났습니다. 베테랑은 정말 다르긴 했습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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