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의 꿈' 담은 한국 대표 호텔…힐튼의 흥망성쇠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7.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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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영업을 종료한 서울 힐튼 호텔의 운명에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김종성 건축가가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다 귀국해 건축한 서울 힐튼 호텔은 한국 건축의 빛나는 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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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과 김종성 김종성·정성갑 지음, b.read 펴냄, 2만원

2022년 12월 영업을 종료한 서울 힐튼 호텔의 운명에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김종성 건축가가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다 귀국해 건축한 서울 힐튼 호텔은 한국 건축의 빛나는 유산이었다. 이 책은 김종성을 비롯해 호텔에서 근무한 사람까지 만나 이 호텔의 흥망성쇠를 오롯이 기록했다. 김종성 건축가를 틈날 때마다 인터뷰하고 책을 함께 엮은 정성갑 작가는 "경제 재건과 구도심 부흥이라는 시대적 사명까지 끼어든 호텔 이야기는 때로 정치 야사처럼 박진감이 넘쳤다. 힐튼은 두 개의 큰 꿈이 만나 완성한 역사적 걸작이었다"고 평가한다. 두 개의 꿈은 김종성과 김우중의 꿈이었다.

1983년 완공한 서울 힐튼 호텔은 우리 힘으로 지은 최초의 호텔이었다. 당시 서울에 있던 신라 호텔, 롯데 호텔, 프라자 호텔은 일본 건축가가 설계했다. 김종성이 처음부터 세운 목표는 하나였다. 100년 후에도 질리지 않을 클래식. 그런 의지로 수명이 긴 재료, 세월의 흔적에 오히려 깊이감이 생기는 재료를 선택했다. 브론즈, 트래버틴, 녹색 대리석, 오크 패널. 이 네 재료를 같은 공간에 사용해 우아함과 풍요로움을 더했다.

이곳의 명물은 로비 아트리움이다. 지하 2층에서 1층에 이르는 공간을 개방해 18m 층고를 확보하고 자연광이 드는 천창과 함께 분수를 설치해 마치 유럽의 정원처럼 설계했다. 공용면적에 공공성을 부여하려는 건축가의 의도였다.

호텔 철거 이슈가 터져 나온 뒤 뉴욕에 거주 중인 김종성은 서울에 자주 들어와 힐튼 호텔에 관한 증언과 인터뷰를 부지런히 했다. 심지어 그는 개발업자가 이윤을 남기면서 호텔을 보존할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남은 용적률을 활용해 공지에 오피스 빌딩을 올리고 23층 타워를 아파트로 개조하면 건물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상업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김종성은 무엇보다도 이 건축물은 1970년대 한국 건축물의 이정표였음을 거듭해 강조한다. 그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한국 건축가를 전적으로 밀어주며 한국 건축 기술과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계기를 만들어준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회의를 할 때면 김우중 사장이 자신을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그런 지원 덕분에 뚝심 있게 건축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지만, 호텔의 재건축은 진행 중이다. 이미 막을 수 없게 된 철거를 앞두고 김종성은 "이번 논의와 노력이 현대건축물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구나,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만 심어줄 수 있다고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50년이 되지 않은 건축물도 가치가 있으면 보존한다는 법이 제정되어 2024년 9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는 건축 문화도 보존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 서울을 꿈꾼다. "아름다운 건물들이 하나둘 사라지면 이 도시는 세계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점점 가진 게 없는, 문화적으로 가난한 도시가 되는 거예요."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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