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폭로·협박·뒷거래 판치는 유튜브 생태계 민낯

(서울=연합뉴스) 1천3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수년간 교제 폭력과 갈취·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불법 촬영 동영상으로 협박당한 사실과 폭행당하고 돈을 빼앗긴 일, 강제로 유흥업소에서 일해야 했던 경험 등을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특히 조회수를 올리려 이슈몰이를 하는 유튜버를 일컫는 '사이버 렉카'들이 이런 과거를 약점 잡아 돈을 뜯어내려 한 정황까지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인 유튜브 먹이사슬 생태계의 어두운 면모의 일단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폭로와 협박, 뒷거래를 일삼고 피해자의 아픔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일부 엇나간 유튜버들을 엄중 처벌하고 이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쯔양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인 A씨를 만나게 된 경위와 이후 4년간 이어진 폭행, 착취, 불법 촬영 등의 피해, 또 헤어지자고 말한 뒤 당한 협박과 자신·가족에게 쏟아진 위협 등을 털어놓았다. 쯔양의 법률대리인은 그가 갈취당한 유튜브 수익이 최소 4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쯔양 지인에게 보낸 협박 메시지,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 폭행으로 인한 상해 사진 등 증거 일부도 공개했다. 쯔양 측이 A씨를 성폭행, 상습폭행·협박·상해, 공갈, 강요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A씨가 사망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고 한다. 수사가 더는 진척되지 못해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겪었을 끔찍한 고통이 느껴진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쯔양의 과거를 약점 잡아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이 돈을 뜯어내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쏠린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사이버 렉카는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는 폭로 전문 유튜버들을 주로 일컫는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최근 입수해 방송한 녹취록에는 이들이 쯔양의 과거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모의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폭로하기보다) 엿 바꿔 먹는 게 나을까요", "몇천(만원)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나", "2억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현찰로"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결백을 주장한다고 하는데 대화 자체가 저급하기 그지없다.

쯔양 사태는 막장 유해 콘텐츠의 해방구가 된 유튜브 생태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정의구현'을 명분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불법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이버 렉카들의 폐해는 심각하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만큼 또 다른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 운영자들의 자체 노력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감시 및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정치권도 관련 법과 제도에 허점은 없는지 따져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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