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지하 24만채… "사람 죽었던 집에 또 살고 있다"
"침수 피해 방지에 행정력 더 집중해야"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밀집지역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들을 방문했다. SH공사가 예산을 들여 매입한 반지하 주택이다. 이곳은 2022년 여름 집중호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반지하 주택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있었다.
SH공사는 2022년 8월 해당 사고가 발생한 이후 침수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반지하 주택을 매입했다. 지난 6월까지 2718가구를 사들였다. 특히 사업의 걸림돌이던 불법건축물 등의 매입 불가 기준을 바꿔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 반지하 가구만 단독 매입할 수 없는 국토교통부 기준도 변경을 건의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
이렇게 SH공사가 매입한 반지하 주택은 자치구와 연계해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 돌봄 시설 등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은 침수 피해가 잦아 양수기 배수펌프 등 기기를 보관하는 '동네 수방 거점시설'로 활용되고 있었다. 침수 피해 발생 시 임시 대피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
SH공사의 반지하 주택 매입 실적은 서울시내 반지하 가구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서울시가 2022~202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지하 가구 수는 23만7619가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흥덕) 조사 결과 SH공사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한 임대주택 이주 가구를 합하면 3290가구로 전체 반지하 가구의 1.4%에 불과했다.
반지하 매입의 최대 문제는 재원의 한계다. SH공사는 2022년부터 반지하 주택 매입 비용으로 8110억6400만원을 투입했다. 가구당 평균 2억9800만원이다.
국고 지원 단가인 가구당 1억8200만원을 초과하는 1억1600만원에 대해 SH공사가 서울시와 절반씩 부담했다. 1가구를 사들일 때마다 SH공사의 재정 부담은 5800만원씩 가중된다. 이에 지난 4일 SH공사는 반지하 주택 매입에 재정 부담이 크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국토교통부와 LH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실제로 기자가 신림동 일대를 둘러본 결과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반지하 주택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시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큰 가구 10곳 가운데 4곳꼴로 물막이판 설치가 되어있지 않았다.
빗물을 하수구로 보내는 빗물받이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빗물받이에서 올라오는 냄새와 벌레를 막기 위해 주민들은 대부분의 빗물받이를 나무판 등으로 막아놨다. 그렇지 않은 곳은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쓰레기와 토사, 담배꽁초 등으로 막힌 빗물받이는 배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침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씩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있지만 너무 많아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물막이판 같은 경우 주택 소유자가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림동에서 30년 넘게 거주해온 70대 최씨는 "사고가 났던 집에서 다른 사람이 다시 살고 있다"며 "변한 것이 없다. 물막이판 설치도 안 된 집이 많아 비오는 날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 소멸 정책의 실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침수 피해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재산권 등 여러 방해 요소로 반지하 소멸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 체계 정비와 물막이판 설치 등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는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쯔양 미담 또 터졌다… "있는 거 다 주세요" - 머니S
- 출고 2주된 SUV 투싼 급발진 주장 안 먹혔다 - 머니S
- 끄떡없는 정몽규… 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 마무리 - 머니S
- 음주운전→ 집행유예→ 또 음주운전→ 징역 1년6개월 - 머니S
- [생생장터]이번주 장바구니 가격은… "장마·폭염에 채소 올라" - 머니S
- 아파도 언제나 밝은 쯔양… 박명수와 통화했다 - 머니S
- 그림 같은 이 미모가 53세 이영애 - 머니S
- 다시 등장한 한국사 강사 설민석 "공포스러웠다" - 머니S
- [오늘 날씨] '최대 40㎜' 전국 곳곳 소나기… 그친 뒤 폭염 - 머니S
- 서울 아파트값 1주새 상승률 '재건축의 5배'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