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韓日 서로에게 기회의 땅…AI와 K뷰티 매력적"

박소영 2024. 7.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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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 우메자와 벡터 부사장·앤틀러 일본 벤처 파트너 인터뷰
韓 적극적이나 급해, 日 보수적이고 언어 장벽 크게 느껴
외국 투자 제한적인 일본…한국에 대한 투자 적은 이유
핀테크·뷰티·엔터 등 한국에서 꾸준히 기회 찾고자
이 기사는 2024년07월12일 11시4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일본 벤처캐피털(VC) 파트너들도 물론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일본 1위 PR 에이전시 벡터그룹에서 신사업 개발·글로벌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료 우메자와 부사장이 양국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료 우메자와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VC 앤틀러 일본의 벤처 파트너도 겸직하고 있다.

국내 VC 관계자들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고 투자와 펀드 조성 기회를 물색한다는 이야기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일본 VC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에 줄줄이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양국에서 펀드가 조성됐다거나,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료 우메자와 벡터 부사장은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문화적·구조적 한계 탓에 투자은행(IB) 업계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는 인수 매물을 찾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료 우메자와 벡터 부사장을 서울시 강남구 벡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일본과 한국을 바삐 오가며 양국 자본시장 관계자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에게 한일 IB 관계자들 사이의 교류가 어떻게 해야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료 우메자와 벡터 부사장이 서울 강남구 벡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소영 기자)

한국도 일본도…양국 자본시장 벽 높다 느껴

한국과 일본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양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 높아지는 가운데, 실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VC가 펀드를 조성하기에는 아직 여러 장애물이 많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료 유메자와 부사장은 이에 크게 공감하며 양국 투자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은 ‘문화적 온도 차’에 있다고 했다. 한국은 매우 공격적인데, 일본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소리다. 예컨대 한국은 빨리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데 집중하지만, 일본은 큰 결정을 내릴 때 실수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다. 또한 한국은 실패 두려워하지 않고 곧바로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서지만, 일본은 실패하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관계 지향적인 문화도 한몫한다. 일본에서는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갈 때 어떤 사람의 소개를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함께 술을 마시고, 나쁜 일을 함께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만큼 한번 거래 관계를 맺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 진출하고 싶은 일본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장벽과 접근성이다. 한국어와 영어가 서툴고, 한국에 지사도 없어 신뢰를 쌓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어렵고, 결국 한국과의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메자와 부사장은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VC 대부분은 외국에 투자할 수 없다. LP와의 정관(LPA)에 일본 회사나 법인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된 경우가 많아 투자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VC 입장에서는 일본에 진출하고자 할 때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존재가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다가온다. 5년 전 일본 대기업 사이에서 CVC 설립 붐이 일은 이후, 지난해 글로벌 CVC 투자 건수 상위 10개사 중 절반이 일본일 정도로 일본에서 CVC의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핀테크·뷰티 관심 많은 일본…JV 설립해 한국서 기회 발굴

그럼에도 그는 양국이 서로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만큼 앞으로 투자는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투자사의 경우 3년에서 5년까지 충분한 시간을 쏟은 뒤 성공 사례를 구축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추천한다”며 “일본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한국 회사라면 민간 LP로 참여해 주도적으로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자금을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일본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관심갖는 국내 주요 산업 섹터에서 자금 조달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높다. 그는 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하는 섹터로 △핀테크 △블록체인 △인공지능(AI)을 꼽았다. 특히 핀테크 펀드를 결성하지 않은 일본 VC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장 관심이 많다. 이외에도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패션과 뷰티 인기가 많아 화장품과 미용기기도 눈여겨본다. 이와 관련된 관광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한국 아이돌과 연예인이 주축이 된 엔터테인먼트 분야 콘텐츠에 대한 인기도 있다.

그가 이끄는 벡터 역시 한국 뷰티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벡터는 뷰티 브랜드 비타브리드 최대 주주 중 하나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비타브리드는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더 활약하고 있는 브랜드다. 그는 해당 JV가 머지않아 일본에서 상장할 수 있을 정도로 비타브리드의 일본 매출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국에서 주로 하는 일은 딜(deal) 발굴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벡터 홀딩스의 전체 매출은 약 5000억원이다. 회사는 3년 내 1조원까지 매출 비중을 확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한국에서 M&A 기회를 물색해 매출을 늘리고자 한다. 이때 벡터가 PR 회사인 만큼 매물을 단순히 재무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그는 “홍보, 디지털 마케팅이 주요 비즈니스지만 AI, 미디어,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전통적인 투자사의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하면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배경이 스타트업과 VC 섹터에 있기 때문에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박소영 (so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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