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고졸도 조기 취업’…부러운 한국 대학생들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17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 청년 취업자는 무려 13만명 이상 줄어들며 고용률이 6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을 달성한 상태다. 일본 현지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자에게도 취업의 문을 활짝 열며 취업생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일본과 비교되는 취업시장에 한국 청년들은 “허탈함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12일 세계일보와 만난 취업준비생 A씨(25, 남성)과 B씨(24, 여성)는 한목소리로 “우리 세대 대부분은 부모님 세대와 기회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취업문이 좁아지기도 했고, 지금은 평균 학력이 높아 눈높이도 다르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39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3000명 늘었지만 청년층 취업자는 크게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3만1000명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7월(-13만8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인데, 인구 감소(-23만1000명) 효과를 감안한 청년층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한 45.9%를 기록하면서 6개월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취준생들은 “대기업 취업을 위해 최소 3-4년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면서 “선배 중에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취업에 실패해 상실감 느껴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지만 기회 자체가 없으니 시간만 보낸다는 좌절감이 크다”며 “사회는 경력직만 뽑는 분위기다. 취준생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서운주 국장은 앞선 고용동향에서 “최근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취업 연령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즉 대학을 막 졸업한 취준생들의 의지나 노력이 없는 게 아니란 것이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반대되는 상항이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 최근에는 고졸 신입자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최근 NHK는 고질적인 저출산의 여파로 일본 기업들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자, 과거 대졸자에게 밀려 취업이 어려웠던 고졸자들의 ‘몸값’이 최근 눈에 띄게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과거 단순 육체노동에 그쳤던 고졸 직원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과거 대졸자가 아니면 입사 지원의 기회조차 주지 않던 IT 업계에서도 최근 고졸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재작년 고졸 채용을 시작한 효고현의 한 IT 기업 대표는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에 자라 IT에 익숙한 요즘 고교생들은 업무에 즉시 투입돼도 손색이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은 고졸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로 ‘대졸자보다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꼽았다.
일본에선 그동안 취업을 원하는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담당 교사의 중개를 통해 한 명당 한 회사씩 입사 내정을 받는 반면, 대졸자는 개인이 자유롭게 기업을 찾아다니며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입사가 내정된 대졸자들이 입사 직전에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통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입사를 취소할 확률이 비교적 낮은 고졸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임금 격차는 있지만 한국처럼 두 배 이상 되는 차이는 없고 업무적으로는 대기업보다 소폭 여유로워 고졸을 시작으로 일부 대졸자도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처럼 일본의 취업시장은 활발하지만 취업할 의지조차 없는 일명 ‘프리타’도 느는 추세라고 전해졌다.
프리타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이들을 뜻한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사실상 만원을 넘었는데, 신입사원 초봉과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버는 돈이 큰 차이가 없다. 되레 힘든 아르바이트의 경우 기업에서 주는 월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는다. 버블경제 붕괴 후 사실상 계속된 임금 동결이 원인으로 꼽힌다.
어딘가 속하지 않는 자유에 직장인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일부 젊은 층은 프리타족을 선호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나이 제한’에 대한 부담이 적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생활이 가능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다만 이런 삶에 “미래는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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