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에서 덧셈으로 바뀐 포항, 외줄타기가 아니라 우승도 노린다

황민국 기자 2024. 7. 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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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준이 지난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B조 1차전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내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올해 프로축구 여름이적시장에선 포항 스틸러스가 은근한 눈길을 끈다.

포항은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안재준(23)을 부천FC에서 데려왔다. 안재준은 아직 포항에서 데뷔전은 치르지 않았지만 최전방부터 좌우 측면까지 공격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로 지난해 K리그2 영플레이어상도 수상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밝은 그의 포항행은 매년 선수를 팔기 급급했던 구단이 마침내 지갑을 열었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포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여름이적시장에서 선수를 파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데려온 것은 얼마 만의 일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수준이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포항이 큰 돈을 쓴 것은 아니다. 부천을 설득하고 설득해 합리적인 선에서 이적료를 지불하고, 그 시기도 나눠서 낸다. 전북 현대나 대전 하나시티즌처럼 뭉칫돈을 꺼낼 여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차입금을 갚느라 전전긍긍하던 시기가 지나 성적에 꼭 필요한 투자에 나섰다는 반가울 따름이다.

프로축구연맹도 포항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 사실 연맹은 올해 새롭게 재정 건전화 제도를 도입하면서 포항이 첫 위반 사례로 이름을 올릴 것을 우려했다. 연맹도 포항이 모기업 포스코에서 받는 지원금이 부족해 1~2명의 주축 선수들을 꾸준히 내보내야 살림살이를 꾸려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이 창단 50주년인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컵(현 코리아컵)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성적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주축 선수들을 발굴해 버티고 있었지만,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무너질 수 있는 외줄타기가 아슬아슬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포항이 구멍투성이었던 살림살이를 정상적으로 되돌렸다. 올해 포스코그룹의 선장으로 취임한 장인화 회장의 관심 아래 묵은 빚이 해결됐다. 오히려 연맹의 거미줄에 걸린 것은 포항이 아니라 광주FC였다.

포항은 오는 9월 시작되는 2024~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으로 수익이 늘어난 것이 시너지까지 내면서 전력 보강까지 꾀할 수 있었다.

포항이 뺄셈이 아닌 덧셈을 하면서 올해 K리그1 우승 경쟁도 흥미롭게 됐다. 포항은 지난 10일 강원FC를 2-0으로 누르면서 승점 41점으로 김천 상무(승점 40)와 울산 HD(승점 39)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아직 정규리그 1로빈(11경기)과 파이널라운드(5경기)가 남았으니 우승을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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