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마을 지켜야 할 군은 없었다”···하마스 기습 ‘대응 실패’ 시인
주민들,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 설립 요구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일부 진전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7일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자국 주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등 대응에 실패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대응 과정을 조사해 온 이스라엘군은 이런 내용을 담은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7일 당시 최대 피해를 당한 가자지구 접경 지역 키부츠(집단 농장) 비에리 상황을 주로 분석했다. 당시 비에리에선 하마스 공격으로 100명이 넘는 주민이 숨지고 32명이 인질로 잡혀갔다. 11명은 아직 풀려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대규모 침투를 예상하는 데 실패했으며, 기습이 이뤄진 지 7시간 동안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이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동안 비에리 주민들은 경고를 전달받긴커녕 자체적으로 하마스 공격에 맞서야 했다. 군부대 사이 지휘·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공격받는 동안 군이 마을에 진입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또 일부 부대는 민간인보다 다친 병사를 먼저 구조하도록 하는 등 부적절한 대처를 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이번 보고서는 당시 실패의 규모를 보여준다”며 “말하기 고통스러운 사실이지만 주민을 보호했어야 할 군은 그날 비에리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15명이 인질로 잡혀있던 주택을 포격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비판을 받아온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질 대부분이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엔 인질 사망 과정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비에리 주민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이스라엘군이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은 의의가 있으나, 이스라엘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조사 결과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사람들이 집에서 학살됐다. 최고 사령부는 결론을 내려야 하고 실패한 책임자는 사임해야 한다”고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에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날 신임 장교 임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 의사결정권자와 전문가, 정부, 군과 정보기관 등 10월7일 사건을 초래한 우리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탸나후 총리는 그동안 공식적인 국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어왔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 협상은 일부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추가 회담을 위해 카이로에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폐막 직후 열린 단독 기자회견에서 “휴전의 큰 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합의했다”며 “우리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 추세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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