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시각은 ‘제각각’.. “갈 길 멀었다” vs “다 죽으란 말”

제주방송 김지훈 2024. 7. 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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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올해보다 1.7% 올라.
노동계 “1만 원? 호들갑 떨 일 아니”
소상공인·자영업 “마지막 벽 무너져”
경영계 등 “유감”.. “일자리 악영향”
업종별 구분, 제도 개선 의견 잇따라


최저임금제 시행 37년 만에 시급 1만 대에 들어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해석은 엇갈리는 모스입니다.

전년 대비 인상률이 역대 2번째로 적은 규모란 점에서 노동계 전반적으로 아쉬운 분위기가 타진되고 있습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경영계나 업계 현장에선 아쉬움 속에서도 ‘최대한 방어했다’라면서도, 앞으로 이어질 인건비 부담 수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이어질 노동계 등 추이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입니다.   

■ “1만 원 넘긴 최저임금”.. 확정 때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일 표결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만 30원으로 정했습니다.

마라톤 회의 끝에 내놓은 최종안에서 경영계가 제시한 1만 30원 안이 선택됐습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860원)보다 170원(1.7%) 인상된 금액입니다. 월급 기준으로 209만 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당초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초요구안으로 1만 2,600원(올해 대비 27.8% 인상)과 9,860원(동결)을 제시했습니다.

노동계는 4차례에 걸친 수정을 통해 요구안을 1만 840원까지 올렸지만 경영계는 4차 수정안에서도 9,940원으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1만 원’ 아랫 선을 고수하려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으로 하한선 1 만원, 상한선 1만 290원을 제시하며 사실상 1만 원을 넘기는게 확실시됐습니다.

노사 합의로 심의 촉진구간 제시를 요청해 노사 모두 이 구간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으로, 결국 최종안으로 노동계는 1만 120원, 경영계는 1만 30원을 냈고, 투표 끝에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 9표로 최종 1만 3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는 110일이 소요돼 역대 최장 심의로 기록됐지만, 올해는 53일 만에 결정됐습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고용부는 8월 5일까지 확정·고시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 “사실상 삭감” 노동계 반발.. “물가 인상 추이 못 따라가”

최저임금은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 원’ 주장을 본격 제기한 2013년부터 11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 처음 시급 1만 원 요구안을 내놓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제도가 1988년 400원 대 후반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부터 계산하면 37년 만입니다.

다만 ‘1만 30원’안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반응은 엇갈립니다.

심의가 끝난 이후, 당장 한국노총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선택이었다는 아쉬움을 밝혔고 민주노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최저임금 1만 원 돌파가 엄청난 것인 양 의미를 부여하지만,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으며 실질임금은 사실상 삭감됐다”라며 “1만 원이 넘었다고 역사적이니 뭐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전년 대비 인상률은 1.7%로,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규모로, ‘숙원’이던 1만 원을 넘겼다고 하지만 인상 폭만 봐서는 사실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공익위원은 노동계가 제안한 노동자 생계비 등은 무시하고, 노사 간 격차가 줄고 있는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결론을 내려고 했다”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심정에서 물가상승률 예상치만큼인 2.6%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측은 겨우 1.7% 인상안을 제시했다”라며 “그럼에도 공익위원 다수는 사용자 편에 서 상식적인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농락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표결을 거부한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최근 2년간 물가 폭등기에 최저임금이 물가인상 폭보다 적게 오르면서 최저임금은 본래 취지를 잃었다”라며 “해마다 이어지는 고물가 시대를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쪼들리는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가야 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노사가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는 현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면서 “근본적 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담 커질 것”.. 제도 개선도

경제단체 등은 업종별 차등 적용 방식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업종별 구분 적용 시행을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또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사용자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습니다.

경영계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되어야 했다”라면서 “사용자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올해 심의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호소에도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이라고 전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인상 수준으로 평가한다”라면서도 “그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절대 금액이 높아진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 입장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 1.7% 인상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한경협은 “1만 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때문에 “향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라도 사용자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에서 1.7%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이지만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는 등 현 경기 침체상황을 감안하면 2025년 최저임금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평가하고, 마찬가지로 ‘업종별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도 더해져, 대한상의는 “최저임금은 사회보장급여, 세액공제 등 26개 법령에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라며 “현행 노사 간 협상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매년 인상해온 최저임금을 올해도 인상하고 기어이 1만원을 넘긴 금액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이번 결정으로 소상공인의 경제적·심리적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1만 원 벽도 무너졌다”라며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 현장, 직원들도 시각 “엇갈려”.. “여전히 모자라 vs 차등적용돼야”

이처럼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한숨이 깊어지는 것과 함께, 현장직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이는 양상입니다.

1만 원대 최저임금으로는 아직 물가 수준에 부준한게 아니냐는 입장에, 각 업장 상황별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이어졌습니다.

5년여 서울 중심가 한 대형 음식점에서 근무 중인 김 모씨(49)씨는 “고물가, 고물가 하는 이 시기에 종업원 입장에선 (최저임금이) 더 올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왔다”라면서 “이번 인상률은 너무 소폭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편의점에서 일주일 30시간 상당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직원 한모(28)씨는 “일단 오른 것이 좋고, 1만 원을 넘겼다는게 의의가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10시간이면 1,700원 정도 인상된 정도라,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인건비 부담은 물론 생기겠지만, 일하는 입장에선 물가 상승분 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임금이 올라가는 정도는 느낄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 직원 김모(25)씨는 “점주(사장)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을 기점으로, 동일 임금 배분에 나설 것으로 본다”라며 “경력 입장에선 더 받을 수 있을 상황에서 못 받는 경우도 예상된다. 유연하게 차등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라고 요구했습니다.

한 편의점 업주 윤모(40)씨도 “일단 (1.7% 인상은) 선방했다 보지만, 좀더 의견 수렴도 했으면 한다”라며 “모두 오른 물가를 거론하지만, 운영하는 입장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이나 지방 등 지역별 그리고 직종별 차등 임금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대표적으로 윤 씨는 “상대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서울이나 번화가, 도심 그리고 그러지 못한 지역에서 똑같이 임금을 적용하면 고용 수준에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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