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례적 긴 흑백 사설…"트럼프는 지도자에 맞지 않다"

권영미 기자 2024. 7. 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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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단어 에세이'로 유권자들에게 경고
뉴욕타임스(NYT) 11일자 사설(NYT 웹사이트 갈무리)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의 진보 언론 뉴욕타임스(NYT) 편집위원회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걸맞지 않다는 내용의 길고 신랄한 사설을 내놓았다. 사설은 5가지의 필수 자질을 상세히 점검하면서 트럼프가 지도자감이 아니라는 근거로 삼았는데, 각각 자질당 설명이 길어 총 사설의 양은 이례적으로 길었다.

사설은 또한 검은 바탕의 흰 글씨와 흑백 사진을 사용해 매우 비장한 느낌을 주었다. 다른 언론들은 NYT가 5000단어의 긴 에세이같은 사설로 유권자들에게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영어 5000단어는 보통 A4용지 10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NYT 사설은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다음 주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둔 이날 "한때 위대한 정당이 지금은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공화국의 오랜 역사상 대통령직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으로 가치, 기질, 사상 및 언어가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많은 것들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설은 트럼프를 조지 H.W. 부시, 밋 롬니, 존 매케인과 같은 "원칙적인 공직자"와 대조하면서 공화당원들이 이민, 무역 및 세금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 때문에 트럼프에 대한 "우려를 제쳐두었다"고 주장했다. 강경한 이민자 정책이나 무역, 세금 등에 강렬한 메시지를 그가 내놓기 때문에 트럼프 자체의 자격 논의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사설은 "트럼프는 대통령직의 책임에 걸맞지 않은 인격을 보여 왔다. 그는 헌법, 법치주의, 미국 국민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또 "트럼프는 국가의 미래에 대한 명쾌한 비전 대신 정치권력에 대한 갈증, 즉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고 충동을 충족시키며 자신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보복을 위해 정부라는 지렛대를 사용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그는 한마디로 지도자로서 부적합하다"고 요약하면서 그런데도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해 (민주당의 후보 교체 논의와) 비슷한 논쟁을 벌이지 않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적합성 △원칙적 리더십 △인격 △대통령으로서 말 △법치주의 면에서 트럼프가 후보로서 맞지 않는다고 논의를 이어갔다.

도덕적 적합성에 대해서 "그(트럼프)는 노골적이고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인종차별주의자를 포용하고, 여성을 학대하며,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학교 깡패(schoolyard bully)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첫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맞붙었다. 토론 중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고 토론이 끝난 후 바이든 '교체론'까지 돌며 판세가 트럼프에게 유리에게 흘러갔다. 2024.06.27/ ⓒ AFP=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원칙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중요한 순간 '국가 최우선'의 리더십을 발휘했던 공화당 리더들과 달리 트럼프가 "이러한 미국의 이상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그가 "빅토르 오르반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들을 존경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재임 4년 동안 트위터를 통해 명령을 내리거나 법령을 내리는 등 독재자처럼 미국을 통치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인격 문제에서는 국방부 장관을 지낸 퇴역 해병대 장군 제임스 매티스가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국민을 단결시키려 하지 않고, 노력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 등 측근이었다가 반대자가 된 이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의 인격이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언어 문제에서는 트럼프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언어 사용을 지적했고 법치주의는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무시를 지적하면서 이제 "선거에서 패한 지 4년 동안 트럼프는 법치주의를 전복하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NYT는 "많은 기초 시험에 떨어진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YT는 최근 들어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첫 TV 대선 토론 다음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하차할 것을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이번 트럼프 비판 사설에서도 민주당이 (바이든 대신 누가 나서야 할지) 후보 지명과 관련해 자체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사설은 "트럼프가 국가, 힘, 안보 및 국가적 특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당한 우려 때문에 민주당이 격렬하게 논쟁하고 있으며, 강력한 민주당의 대안 인물만이 그의 집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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