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을 향하여!…올림픽 첫 메달 노리는 스포츠클라이밍
서종국 감독-서채현은 '아빠와 딸'…이도현도 도쿄 대회 이창현 전 감독 아들
(군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이 "후회 없이 모든 기량을 쏟아내고 돌아오겠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올렸다.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은 12일 전북 군산시 군산클라이밍센터에서 미디어데이 행사와 함께 공개 훈련을 하며 그동안 갈고 닦아온 '올림픽 메달의 꿈'을 팬들에게 전했다.
파리 대회에 나서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은 남녀 콤바인 종목 이도현(21·서울시청·블랙야크)과 서채현(20·서울시청·노스페이스), 남자 스피드 종목의 신은철(25·더쉴·노스페이스) 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5~6월에 걸쳐 두 차례 펼쳐진 파리 올림픽 퀄리파이어 시리즈(OQS)를 통해 파리행 티켓을 따냈고, 지난 10일부터 군산클라이밍센터에서 합숙하며 '금빛 등정'의 꿈을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부터다
도쿄 대회에서는 볼더링, 리드, 스피드 3가지 세부 종목을 선수 한 명이 모두 소화하는 콤바인 종목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파리 대회부터는 콤바인(볼더링+리드)과 스피드, 2개 종목으로 치러진다.
볼더링은 4.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다양한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4분 이내에 통과해야 하는 종목이고, 리드는 1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인공 구조물(돌출부)을 잡고 6분 이내에 가장 높이 오르는 종목이다.
스피드는 15m 높이에 95도 경사면의 인공 암벽을 누가 더 빠르게 올라가느냐를 겨룬다.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의 파리 대회 목표는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다.
콤바인 남자부 이도현에게 은메달을, 콤바인 여자부 서채현과 남자부 스피드 신은철에게는 각각 동메달을 기대한다. 물론 기대 이상의 성적까지 바란다.
특히 도쿄 올림픽에서 익숙지 않은 스피드 종목에 발목을 잡혀 8위에 그쳤던 서채현은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인 서종국 감독은 서채현의 아버지다. 부녀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첫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또 이도현의 아버지는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이창현 전 감독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똘똘 뭉친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취재진에게 올림픽 규격에 맞춰 세팅된 경기장에서 볼더링, 리드, 스피드 종목의 시범을 보이며 실전과 같은 훈련 모습을 보여줬다.
공개 훈련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스포츠클라이밍' 태극전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약속했다.
대표팀 '맏형' 신은철은 "생애 첫 출전인 만큼 훈련했던 모든 기량을 뽑아내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스피드 종목에 나서는 신은철은 "제가 출전하는 종목은 경기 시작 5초도 되지 않아 탈락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라며 "프랑스는 전지훈련은 물론 실전 경기도 많이 치렀던 곳이라 자신감이 있다. 편안하게 경기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근력 훈련에 집중하면서 4.8초대까지 기록을 끌어올린 신은철은 "개인 능력은 특출나지 않지만, 마음가짐만은 특출나다"라며 "늦은 나이에 스피드 종목으로 전환해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사막 한 가운데서도, 설산 앞에서도 훈련을 해봤다. 파리에서 나의 능력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은철과 마찬가지로 처음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도현 역시 "후회 없는 경기"를 약속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 아버지가 대표팀 감독을 맡으시면서 저 역시 올림픽의 꿈이 더 커졌다"라며 "아버지는 항상 경기를 즐기라고 말씀하신다. 첫 올림픽인 만큼 결승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막내지만 올림픽 출전에서는 '오빠'들을 앞서는 서채현은 "도쿄 대회 아쉬움을 씻어내겠다"라며 시상대에 반드시 오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서채현은 "첫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무거운 상황에서 진행됐다. 원래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막상 해보니 떨리고 부담스러웠다"라며 "주 종목이 아닌 볼더링에서도 월드컵에 나가 메달을 따면서 경험을 쌓았다. 좋은 성적의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감독이자 아버지와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소감에 대해선 "아빠가 유일한 스승님이라 훈련 때 더 안정감을 느낀다"라며 "저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훈련하면서 호칭을 바꾸는 게 좀 어색하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서종국 감독은 "근력 훈련은 모두 마쳤다. 이제 군산에서 파리 올림픽과 똑같은 일정과 환경에 맞춰 시뮬레이션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딸과 함께 출전하는 영광을 얻었다. 선수들과 잘 즐기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은 14일까지 군산 전지훈련을 마치고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21일까지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30일 파리로 떠날 예정이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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