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만으로 살인 피의자 구속? 2년만에 장기 미제 미스터리 풀까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최건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강원도의 한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아주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마을의 농민회 사무실. 그리고 숨진 피해자는 농민회의 총무직을 맡고 있던 A 씨였는데요. 당시 해당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른 사람은 총 2명이었습니다. 두 명의 유력 용의자가 있던 이 사건.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놀랍게도 20년 동안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장기 미제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의 피의자가 검찰에 의해 구속됐습니다. 과연 이 피의자는 누구였을까요? 이원호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최건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최건희 변호사 (이하 최건희) : 안녕하세요. 또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로엘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 최건희 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사건 파일 바로 열어보겠습니다. 매주 금요일 미제 사건 다루고 있는데요.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참 컸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미제 사건은 해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서 그런지 마음이 조금 들뜨는 면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최건희 :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인 2004년 영월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당시 영월 농민회 총무로 일하고 있던 피해자가 자신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흉기에 의해 참혹하게 사망된 채 발견된 사건인데요. 오랜 시간 수사가 이어졌지만 용의자를 특정지을 만한 결정적 증거나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 이원화 : 굉장히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어흔이 없었다고 하던데 알려지기로는 살해당한 a씨 덩치가 작지도 않고 나이도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전혀 상황을 모른 채 당했던 건가요?
◆ 최건희 : 당시 사망해 있던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한 농민의 진술에 따르면요. 피해자는 사무실 컴퓨터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고요. 머리 주변에 피를 상당히 많이 흘린 상태로 저항한 흔적이 없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머리와 얼굴을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두개골이 함몰되었고요. 목과 복부에 10회 이상 흉기로 찔린 흔적이 발견됐습니다.그리고 피해자 시체에 대한 부검 결과를 살펴보면요. 용의자가 범행 도구를 2개나 사용한 것으로 추정이 됐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물증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이원화 : 돈을 훔치거나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 최건희 : 예. 맞습니다. 경찰은 숨진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이 없었고 범행 현장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잘 정돈되어 있었던 점, 또 그리고 피해자의 바지 주머니에 현금 10여만 원이 든 지갑도 그대로 있었던 점 이런 것들을 토대로 이 사건 범행의 경우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면식범의 소행이다 이렇게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주변 인물들 중심으로 수사한 결과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있었습니까?
◆ 최건희 : 총 2명으로 특정이 되었는데요.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 중 1명은 당시 농민회 부회장으로서 농민회 총무 역할을 맡았던 피해자와 그 부정부패 문제로 말다툼이 많았던 곽 씨 부부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이제 곽 씨나 어떤 성 씨는 가명입니다. 그다음으로는 범행 현장인 컴퓨터 방에서 발견된 신발자국 족적이 정확히 일치하는 최 씨가 용의선상에 올랐습니다. 먼저 농민회 부회장 곽 씨 부부가 어떻게 용의선상에 올랐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사건 당일 오후에 피해자가 있던 농민회 사무실 앞에서 수상한 남녀를 목격했다는 10살 초등학생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학생이 학원 차를 타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던 중에 농민의 사무실 셔터 출입문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고 셔터가 반쯤 올라갔을 때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 허리를 구부리고 나왔다면서 그 나온 사람들이 곽 씨 부부였다 이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또 다른 용의자인 최 씨는요. 피해자가 여성 강 모 씨와 삼각관계에 있던 그런 사이였습니다. 피해자가 죽어있던 농민회 사무실의 컴퓨터 방은 원래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만 되는 곳인데요. 현장에는 신발을 신은 채로 방에 들어간 이런 흔적이 발견이 되었고요. 경찰은 이러한 신발자국을 토대로 면밀히 수사한 결과 마침내 족적이 일치하는 인물인 최 씨를 용의선상에 올린 것입니다.
◇ 이원화 :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 최건희 : 먼저 곽 씨 부부의 경우는요. 사건 당일 오후 1시 45분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늘 같이 함께 농산물 배달 업무를 가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후 3시에 이제 배달을 위해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었는데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곽 씨 부부는 혼자 배달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해서 오후 3시 50분쯤 배송할 거래처에 전해줄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등 이런 서류를 챙기기 위해 농민회 사무실에 방문을 했고요. 컴퓨터 방 옆에 붙어 있는 거실에 서류가 든 봉투만 챙겨 나와서 빠르게 사무실을 나왔다고 합니다. 곽 씨 부부의 진술에 의하면 거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그 범행 현장 컴퓨터 방에는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을 미처 못했고, 자신도 빠르게 배송을 가야 하니 서류 봉투만 챙겨서 급히 사무실을 나왔다고 진술을 했고요. 이후에는 자신의 트럭을 끌고 배달을 갔다고 합니다. 경찰은 당시 곽 씨 부부가 착용했던 옷과 신발을 수거해서 혈흔 검사와 족적 검사를 해봤지만 유의미한 단서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피해자가 발견된 컴퓨터망은 신발을 무조건 벗고 들어가야 하는 방이거든요. 발견된 피해자도 실제로 신발을 벗고 있는 상태였고요. 근데 그렇게 맨발로 닿있는 방에 신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건 당연히 외부에서 누군가가 신발을 신은 채 방에 들어와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런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거겠죠. 그래서 경찰이 이러한 점에 착안을 해서 족적을 중심으로 수사한 결과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은 특정 메이커의 남성용 여름 샌들, 그리고 신발 밑창 길이는 약 28cm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러한 족적을 근거로 첫 번째 용의자인 곽 씨 부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를 했고요. 주변 인물을 추적하다가 족적이 완벽히 일치하는 최 씨를 수사하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로 특정하지 못했던 이유가 뭐였나요?
◆ 최건희 : 족적이 일치했던 그 두 번째 용의자 최 씨는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그 현장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계곡에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사건 발생 이틀 전에는 연인 관계였던 강 모 씨와 자신의 사촌 여동생 그리고 자녀들을 다 데리고 영월의 한 계곡에 2박 3일간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근데 마침 여행을 갔던 계곡이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지는 곳이어서 2박 3일 동안 휴대전화를 끈 채 여행을 다녔고요. 잠깐 밖으로 나온 건 마트에 나왔을 때뿐이다. 이렇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설명을 했습니다. 실제로 최 씨는 조사받을 당시에 여행 사진 그리고 촬영한 카메라를 제출을 해서요. 사건 당일 오후 그 시간대에 계곡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냈습니다. 그래서 결국 최 씨도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놀랍게도 최근 이 사건의 피의자가 구속됐다 이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 최건희 : 지난달 6월 28일 최 씨가 결국 살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법원은 살인 사건 현장에 동일한 샌들 족적이 다수 발견이 됐고 족적을 남긴 인물이 피해자를 살해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 용의자 최 씨를 구속하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족적은 사실 20년 전에도 일치한다 이야기가 나왔었잖아요. 뭐가 어떻게 달라졌던 건가요?
◆ 최건희 : 사건이 다시 이렇게 재조명된 것은 2020년 6월부터입니다.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였던 최 씨에 대한 그 족적에 대한 특징 10여 개가 99.9%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나왔고요. 이를 통해서 강원경찰청에서는 미제사건 전담 수사팀이 전면 재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현장에는 여러 점의 족적이 증거로 있었는데 그 사건이 한여름에 발생한 만큼 범인의 족적은 샌들로 추정이 됐었고요. 경찰은 당시 농민회 사무실을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었고 출입문 셔터도 내려져 있었으며 반항한 흔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또다시 용의자 최 씨를 주목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다가 풀려난 최 씨를 다시 소환을 해서 이번엔 거짓말 탐지기까지 투입을 합니다. 국내 유명 범죄 심리학자들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 분석도 의뢰를 했습니다. 그 결과 최 씨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고 불리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수사 끝에 경찰은 최 씨를 같은 해 2020년 11월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에 송치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한 그 시점이 며칠 몇 달 전이 아니라 무려 4년 전이잖아요. 4년 동안 묵혀놨다가 지금 구속한 건가요? 어떻게 된 건가요?
◆ 최건희 : 검찰 측에서는 족적이 일치한다. 이런 증거 외에는 최 씨가 피해자를 살인했다. 이런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두고 무려 3년 6개월간이나 보강 수사를 벌입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검찰은 최종적으로 피해자와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있던 최 씨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4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된 건데요. 이렇게 20년간 검찰과 경찰의 수사 기록만 2만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원화 : 피의자로 구속된 B 씨, 최근 기자들 질문에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어떤 이야기했는지 잠시 들어볼까요?
경찰과 검찰은 저에게 아주 추리 소설을 아주 저를 범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주 나쁜 형태라고 생각하고요.
◇ 이원화 : 굉장히 억울해하는 것 같아요.
◆ 최건희 : 예 맞습니다. 최 씨는 여전히 사건 당시에 자기가 계곡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리고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 이 사건 때문에 자신이 오랜 기간 동안 용의자로 오해를 받으면서 오히려 자기가 고통스럽고 내가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다 이렇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죠
◇ 이원화 : 정말 어려운 부분 같습니다. 만약 정말 이 피의자가 사건과 무관하다면 이것도 정말 큰 문제잖아요.
◆ 최건희 : 예. 그렇죠. 저지른 적도 없는 살인죄에 대한 범인이 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범행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정말 철저히 증거에 입각해서 신중히 해야겠습니다.그런데 경찰과 검찰의 증거 기록이 2만 페이지나 될 정도로 3년 6개월간 보강 수사를 했고 또 샌들 족적에 대한 일치 증거 외에도 무언가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만큼 결과를 한번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 A씨의 동생에 따르면요. 고령의 어머니 마음에 응어리를 남게 하기 싫어 형을 죽인 범인을 잡았다 거짓말을 해왔다고 하죠. 과연 이번엔 동생 마음속 응어리까지 풀어줄 수 있을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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