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방위백서 “한국은 파트너” 첫 명기…‘다케시마’는 20년째 반복
“무기 관제 레이더 재발 방지 판단” 기술해
일본이 올해 방위백서에 처음으로 한국을 “파트너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은 20년째 반복했다.
일본 방위성은 12일 “한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응할 파트너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처음으로 기술한 ‘2024년판 방위백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채택했다. 일본은 지난해 방위백서에는 “일·한 연계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적으며, 해결되어야 할 현안으로 초계기 갈등을 들은 바 있다.
방위성은 올해 방위백서에서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 때 양국이 ‘초계기 갈등’ 재발 방지 대책에 5년 반 만에 합의한 것을 두고 “방위성은 여러 해에 걸친 현안이었던 무기 관제 레이더 조사(겨냥해서 비춤) 사안 재발 방지 및 부대 안전 확보가 도모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당시 한·일 국방 당국은 조우한 함정 혹은 항공기 방향으로 함포·미사일·사격통제레이더·어뢰발사관 등을 조준해 공격을 모의하는 행위를 피한다는 국제 규범인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 시 신호 규칙’을 준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초계기 갈등은 문재인 정부 때였던 지난 2018년 12월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접근하면서 일어난 일로, 당시 한국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겨누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2019년 2월 ‘일본 자위대기가 두 차례의 경고에도 통신에 응하지 않고 가까이 비행하면 사격 레이더를 조준한다’는 내용의 ‘일본 초계기 대응지침’까지 만들었는데, 지난달 합의로 일본의 사과 없이 철회한 셈이 됐다.
일본은 지난달 합의로 자신들의 주장이 일정 정도 받아들여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통상 방위백서가 해당 연도 3월까지 일어난 일을 적는데 지난달 있었던 합의를 기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방위성이 “큰 진전이 보였기 때문에 중요성을 감안해 기술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 일본 영유권 등 일본 정부 기존 주장은 계속했다. 방위백서에 “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4개섬)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며, 2005년 이후 20년째 방위백서에서 독도 관련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 정부가 12일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자국 고유 영토라고 표현한 데 대해 주한 일본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국방부는 이날 이승범 국제정책관이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 다케다 요헤이 육상자위대 자위관을 국방부로 초치해 즉각적 시정과 향후 중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국제정책관은 독도가 역사·지리·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임을 재확인하고,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은 올해 방위백서에 북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해서는 “보유 장비 체계 다양화 및 핵·미사일 운용 능력을 보완하는 정보 수집·경계 감시·정찰 수단 확보라는 질적인 의미에서 핵·미사일 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일본 안보에 있어 종전보다 한층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는데, “종전보다 한층”이라는 표현은 지난해부터 들어갔다.
중국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같이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계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부총통 재임 당시였던 지난해 8월 경유지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군사 훈련을 벌인 것에 대해 “대만 침공 작전의 일부가 훈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비슷한 심각한 사태가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적었다.
일본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2022년부터 방위백서에 기술하고 있다. 올해 방위백서에는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이라고 부르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다 상세히 기술했다. 스탠드오프(원거리 타격) 능력과 통합 방공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설치,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이 소개됐다.
조기원 기자 박민희 선임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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