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채상병 특검법은 반헌법적이다?

박성훈 기자 2024. 7. 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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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채상병특검법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해 두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9일 채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 “국민을 상대로 선전 포고를 한 것”이라며 재의결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반헌법적 법률”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 정부와 여당은 법안에 위헌적 요소가 많다며 반발해 왔습니다. JTBC는 이들이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 전체를 팩트체크해 봤습니다.

① 특검 후보 추천권 야당에 독점 부여...권력분립 위반?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특별검사의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하여 특정 정당의 의도에 부합하는 후보자만 특별검사로 선정되는 구조로 만들어진 법률로, 이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법무부는 지난 9일 채상병 특검법안 재의 요구 필요성을 설명하며 '야당의 단독 특검 선정 구조'를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검법안 제3조 2항과 3항, 4항에 대해섭니다.

해당 조문에선 국회의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교섭단체를 민주당으로 특정해 후보자 추천권 전부를 야당에 준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이 추천한 후보 중 1명을 3일 내에 임명해야 합니다.

과거엔 어땠을까. 앞서 실시된 13차례 특검법을 분석해 봤습니다.

특검 법안별 후보 추천 주체
특별검사 후보 추천 주체는 정당과 대법원장, 대한변호사협회였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ㆍ옷로비 특검과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 등 5차례를, 대법원장이 2005년 유전개발 의혹 및 2007년 BBK 주가조작 특검 등 4차례를, 마지막으로 정당이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부터 2022년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검까지 4차례 추천했습니다.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은 법률에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을 추천자로 못 박았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김형태 변호사와 이광범 변호사 중 이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습니다.

최순실(최서원의 개명 전 이름) 국정농단 의혹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 역시 야당의 추천으로 임명됐습니다.

드루킹 특검은 자유한국당 등이 포함된 당시 야당이 추천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


최서원 씨가 야당에만 추천권을 준 국정농단 특검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는데 헌재는 2019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2017헌바196)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의 제정 배경과 수사대상에 대통령이 포함될 수도 있었던 사정, 여야 합의의 취지, 이 사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여러 보완장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여당을 추천권자에서 배제하고 두 야당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도록 규정한 것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잃은 입법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야당에 단독 추천권을 준 것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권력분립에 위반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합니다.

② 특검 여야 합의 때만 가능?



지난 5월 21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 (5월 21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여야간 합의 또는 정부의 수용을 전제로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특검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었다”(7월 9일, 법무부)

채 상병 특검법의 두 차례 재의 요구 과정에서 정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중대한 문제로 들었습니다.


삼권분립원칙과 의회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야 합의 부재 특검
하지만 그동안 실시된 특검 중 4차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2003년 2월 대북송금 특검법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됐고 그해 11월 노무현 측근 비리 특검법 역시 열린우리당(여당) 의원들이 전부 퇴장한 상태에서 한나라당 등 야 3당이 처리했습니다.

2007년 BBK 특검과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 역시 여야의 최종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2022년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법은 여야 합의까지 10개월이 걸렸지만 유일하게 투표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가 다시 처리되어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BBK 특검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07헌마1468)에서 “본질적으로 권력 통제의 기능을 가진 특별검사 제도의 취지와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특별검사 제도의 도입 여부를 입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권한을 헌법기관 간에 분산시키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여야 합의 때만 가능하거나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③ '임명 간주' 규정은 위헌?



법무부는 “'임명 간주' 규정까지 둠으로써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이 사실상 박탈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실질을 침해해, 그동안의 특별검사 제도에 관한 헌법적 관행마저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안 제3조 5항은 '대통령이 후보자 추천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고 정했습니다.

이 조항이 처음 포함된 것은 사실입니다.

9일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 사유를 설명한 법무부 보도자료.
다만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원천적으로 특검법 수용 의사가 없기 때문에 포함된 조항입니다.

채상병 특검법도 그동안 시행된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3일 내에 임명하도록 하는 것(제3조4항)이 원칙이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간주 조항을 둔 겁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BBK 특검 사건(2007헌마1468)에서 “입법부에 의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이 대상 사건의 실체와 범위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 권력형 부정사건 등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 대신에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하여 수사 및 소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특별검사제도의 취지상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을 정함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국회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법무부는 임명 간주 규정이 '헌법적 관행'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검법상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준 것은 특별검사를 공무원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헌법 제78조)

검사 역시 공무원으로 대통령에게 임면권이 있다는 점에서 '관행'보다는 이를 '준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④ 특별검사 공소 취소, 형사법 위반?



특검의 직무 범위와 권한을 규정한 채상병 특검법안 제6조 제1항 1호에는 “공소유지의 경우 이미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여부도 포함”이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형사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특별검사에게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뿐 아니라 형사법 공소취소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소취소권은 검사의 권한이고, 이는 정부의 행정권인데 침해한다는 겁니다.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공소의 취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에서 '제1심 판결의 선고 전까지'로 기간을 정했고, 제2항에선 '취소 이유를 서면으로 해야 하고, 법정에선 구술로 할 수 있다'며 방식을 정해 놓았습니다.

형사소송의 수행자인 검사에게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특검 역시 '검사'라는 지위에 있는 점에서 관련 규정이 준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실시된 특검법에선 공소 취소 권한을 직접 부여한 사례가 없습니다.

때문에 채상병 특검법안에 담긴 공소 취소가 가능한 사건의 범위가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특검법안은 특별검사가 다뤄야 하는 수사의 범위를 명시하는데 채상병 특검법안의 경우 ①채상병 사망사건 ② 대통령실ㆍ국방부ㆍ해병대 사령부ㆍ경북경찰청 은폐 조작 ③ 공수처 외압 의혹 ④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출국 과정 ⑤ 4호 관련 대통령실 등 직권남용 ⑥ 특검 수사 방해 행위 등 6가지입니다.

지난달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법 청문회. 왼쪽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검사는 기존에 다른 검사가 수사하던 것까지 모두 넘겨받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는 기존 기소 건에 대해 특검이 수사를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방부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죄 기소에 대한 공소 취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취지입니다.

⑤ 채상병 특검 기간 150일로 역대 최장?



법무부는 “특별검사 실시 기간이 최장 150일로서 역대 특별검사 실시기간 중 최장기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안 제9조에 따르면 70일을 기본 수사 기간으로 하고(2항) 1회에 한하여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으며(3항) 수사 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4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사기간은 최대 130일이며 준비기간 20일까지 포함하면 최장 150일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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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특검 중 법률이 정한 최대 수사기간은 준비기간을 제외하면 대북송금 특검이 120일로 가장 길었고 이용호 게이트와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이 각각 105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역대 특검 중 채상병 특검 기간이 최장이란 지적은 사실입니다.

⑥ '피의사실 외 수사 과정 브리핑'이 명예훼손?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한 실시간 언론브리핑을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마련돼 피의사실과 '그 외 수사과정'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고 언론브리핑 과정에서 실질적인 피의사실이 공개됨으로써 수사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도 현저하다.”

법무부는 '피의사실 외 수사과정'에 대한 브리핑 시 수사 대상자의 명예 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특검법의 조문을 확인해 봤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동의한 2018년 드루킹 특검 법안에도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제12조)고 돼 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안(제12조)과 같습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도 '피의사실 외 수사과정에 대해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브리핑할 수 있다.(제12조)'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특검팀도 수사과정에 대해 매일 오전 브리핑을 했으며, 그 이전과 이후 특검들에서도 비슷한 브리핑이 진행됐습니다.

검찰 역시 공보 담당 검사가 기자들에게 사건 수사 과정 등에 대한 이른바 '티타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행되지 않은 브리핑 관련 조문만을 근거로 피의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⑦ 수사 중인 사건 특검 한 일 없었다?



법무부는 “특별검사 제도는 삼권분립의 예외로서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규명 의지가 부족한 경우 등 수사가 미진하여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였거나 수사의 공정성ㆍ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정하여 보충적ㆍ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할 예정이고 고위공직자수사처가 현재 수사 중에 있다는 겁니다.

수사 종료 후 미진하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건데 과거 특검 중 6건이 기존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법이 통과됐습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은 검찰 수사가 유보된 시점에서 특검이 시작됐고, 같은 해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과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 2020년 세월호 진상규명 특검 등 5건이 검찰 수사가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법이 통과됐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검찰이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렸지만 최 씨를 재판에 넘긴 상황에서 수사 기록을 모두 특검에 넘겼습니다.

특검까지 이어진 사건은 모두 정권 비리나 특정 집단의 제 식구 감싸기와 연결된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보니 수사기관이 권력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며 수사 중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사 중에 특검이 출범하거나 실시한 일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⑧ 특검 수사 방해 금지 규정이 불명확하다?


지난 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수사 대상 공직자의 특별검사 수사 방해 금지 및 회피 의무 규정은 그 요건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 추후 탄핵, 해임건의, 징계요구 등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수사 대상이 되는 공직자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를 삼았습니다.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 입건 여부를 의미하는 것인지 또 수사 방해 금지라는 것이 특검 연장 불승인이나 행정 지원 미비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겁니다.

채상병 특검법 제20조는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2022년 고 이예람 중사 사망 특검법에도 특검 직무수행 방해시 5년 이하 징역(20조)이란 동일한 벌칙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중사 사망 특검은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합의한 특검 법안이었습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 지원 : 이채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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