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이화영 뇌물’ 김성태 실형, 법정구속은 면해

수원/김수언 기자 2024. 7. 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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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불법으로 북한 측에 전달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수억원 대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12일 오후 김 전 회장의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뇌물공여죄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김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4년 동안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그룹의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하고,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3억3400여만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2억5900여만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또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2019년 경기도가 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지난해 1월 구속기소 됐다가 올해 1월 보석 석방됐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달 7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800만 달러’가 북한 측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과 정치자금을 준 혐의에 대해서도 유·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같았다. 다만 이 전 부지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을 새로 밝혔다.

재판부는 북한 조선아태위에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협력사업을 시행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도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 전달은 협력 사업의 ‘시행’이 아니라 ‘준비’에 불과해 법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800만 달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와 같은 판단을 했다. 이 가운데 관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반출은 394만 달러,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전달한 혐의는 200만 달러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방북 비용 300만 달러 가운데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을 통해 전달한 200만 달러는 당사자의 진술이나 경기도 내부문건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북한 공작원인 리호남을 통해 100만 달러를 지급한 혐의는 조선노동당에 실제로 전달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라고 밝혔다.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도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넨 정치자금은 공소사실인 3억3400여만원 중 2억1800여만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가 2018년 지방선거 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기간, 부지사 사임 후 민주당에서 활동한 기간 수수한 금액만 인정했다. 뇌물도 2억5900여만원 중 1억700여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부지사를 그만둔 시기에 받은 돈은 뇌물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재판부는 또 김 전 회장이 뇌물공여로 쌍방울그룹에 2억2000여만원의 손해를 입히고(배임), 회사 자금 1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도 판단했다. 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쌍방울 직원들로 하여금 PC 하드디스크 등을 파쇄하도록 하는 등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증거를 인멸한 점(증거인멸교사)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 “유력 정치인과의 사적 친분 내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려고 해 정부 관리 감독하에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할 남북교류사업의 질서를 무너뜨렸고, 북한에 음성적인 방법으로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해 외교, 안보상 문제를 일으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대부분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수사 초기 상당 기간 해외로 도피한 사정 등을 비춰볼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나,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고 이화영의 요청이나 회유에 의해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하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태도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선고 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착잡하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하겠다”고 짧막하게 대답한 후 법원을 떠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이날 선고 후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는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500만불과 300만불을 송금한 목적이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인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과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이었다고 지난 6월 7일 이화영에 대한 선고에 이어 다시 한번 명확히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외에도 쌍방울 임직원 명의로 세운 5개 페이퍼 컴퍼니 자금 538억원을 횡령하고, 그룹 계열사에 약 11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배임)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난 6월 7일 1심 선고를 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연관된 대북송금 및 뇌물 혐의들에 대해서만 사건을 분리해 이날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한 심리는 계속 진행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불법 대북송금 및 쌍방울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지난달 7일 징역 9년 6월, 벌금 2억5000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에도 쌍방울이 경기도가 북한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와 경기도지사 방북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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